‘국회 선진화법’으로 불리는 국회법 일부 조항이 국회의원의 표결·심의권을 침해했다며 새누리당 의원들이 국회의장 등을 상대로 낸 권한쟁의 심판 청구가 각하됐다. 여야는 헌재의 결정을 존중하고, 협치를 위해 노력하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헌법재판소는 26일 새누리당 의원 19명이 국회의장과 국회 기획재정위원장을 상대로 낸 권한쟁의 심판 사건을 각하 결정했다.
헌재는 “의사 절차에 대한 국회의 권한을 존중해야 하고, 표결 실시 거부행위가 청구인들의 표결권을 침해하거나 침해할 위험성이 없다”고 밝혔다.
또 헌재는 “국회법 제85조 1항의 위헌 여부는 이 사건 심사기간 지정 거부행위의 효력에 아무런 영향도 미칠 수 없다”고 했다.
헌재는 “헌법의 명문규정이나 해석상 국회 재적의원 과반수의 요구가 있는 경우 국회의장이 심사기간을 지정하고 본회의에 회부해야 한다는 의무는 도출되지 않으므로, 국회법에 이러한 내용을 규정하지 않은 것이 다수결의 원리 나아가 의회민주주의에 반한다고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권한쟁의 심판은 재판관 3분의 2 이상이 위헌 결정을 내려야 하는 위헌법률 심판이나 헌법소원 사건과 달리 재판관들의 다수결로 인용 여부를 결정한다. 이 사건은 지난해 1월 새누리당 의원 19명이 국회의장과 기획재정위원장을 상대로 청구했다.
재적의원 5분의3 이상 찬성으로 ‘신속처리 안건’을 지정하도록 규정한 국회법이 헌법의 다수결 원칙을 침해하는지가 주된 쟁점이었다.
새누리당 의원들은 국회법 관련 조항을 근거로 심사기간과 신속처리 대상안건 지정을 거부한 국회의장과 기획재정위원장의 처분이 국회의원의 심의·표결권을 침해했다고 주장했다.
또 해당 조항 자체도 만장일치 내지 가중한 의결 정족수를 요구해 헌법상 다수결의원칙과 의회주의원리를 위배해 위헌이라고 주장했지만 헌재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여야는 이날 헌재의 결정을 존중하고, 협치를 위해 노력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새누리당 정진석 원내대표는 취재진과 만나 “헌재의 결정은 당연히 존중돼야 한다는 입장”이라며 “우리가 더 협치를 통해서 좀 더 양보하고 타협하고 성숙된 의회 민주주의를 이루라는 뜻으로 받아들이고, 여야 정치권이 협치 실현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해야겠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민경욱 원내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헌재 결정을 존중한다”면서도 “오늘 결정에 따라 곧 출범할 20대 국회는 선진화법의 모순을 해결해야 하는 큰 과제를 안게됐다”고 밝혔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도 “당연한 결과”라며 “타협과 협치의 국회를 만들겠다”고 입을 모았다.
더민주 이재경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선진화법은 여야가 타협과 합의의 정치를 하라는 국민의 뜻을 받들어 만든 법”이라며 “헌재의 결정은 이런 입법취지에 따른 것이며, 결정을 존중한다”고 밝혔다.
원혜영(부천 오정) 의원은 보도자료를 내고 “이미 총선 결과로 국민의 심판이 끝난 사안으로, 이번 결정을 환영한다”며 “이제 불필요한 논쟁을 접고 몸싸움 없는 국회를 넘어 일하는 국회의 위상을 정립해야 한다”고 말했다.
국민의당 이용호 원내대변인도 브리핑에서 “극히 상식적인 결정이자 당연한 귀결”이라고 환영의 뜻을 밝혔다.
/임춘원기자 lc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