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일반적으로 상류라고 하면 지위가 높거나 돈이 많은 사람을 떠올린다. 상류의 탄생을 펴낸 김명훈 저자는 상류란 돈이나 명예가 아닌 사회적 약자에 대한 배려, 자신의 재산과 지위에 걸맞게 사회적 책임을 다하려는 모습을 갖춘 사람을 일컫는 것이라고 말한다.
어린 시절 미국으로 건너가 이민자의 삶을 살았던 저자는 뉴욕에서 평생을 살면서 미국의 명문 고등학교를 나오고, 연방 공무원 생활을 할 정도로 미국 사회를 깊이 이해하고 있다. 하지만 동시에 한국에 대한 애정을 감추지 못하는 ‘한국인’이기도 하다.
저자는 언젠가부터 자신이 사랑하는 한국의 소박하고 정 많고 점잖은 사람들이 이른바 힘 있고 돈 많은 무늬만 상류들에게 밀려 기를 펴지 못하는 모습을 보고, 자신이 경험하고 공부한 진짜 ‘상류’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펜을 들었다.
미국의 상류들은 돈보다는 가치를 중시하고, 지위보다 태도를 더 중요하게 여긴다.
재산의 정도로 상류냐 아니냐를 평가하는 것이 아니라 그 사람의 언행을 본다는 것.
미국이 많은 문제점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대내외적으로 강한 힘을 발휘할 수 있는 이유도 많은 국민들이 상류적 가치를 지향하고 이를 인정하기 때문이다. ‘가치’는 고리타분한 교훈이 아니라 가장 현실적인 문제일 수 있다.
후진국의 경제가 어려운 이유 중 하나는 사회적 거래 비용이 높기 때문이라는 사실만 떠올려 봐도 사회적 신뢰와 그것을 지탱하는 공통의 가치가 얼마나 중요한지 알 수 있다.
본문에서 저자는 ‘내면의 계급’을 이야기한다. 이것은 마틴 루터 킹이 이야기한 ‘인격의 내용’과 같은 개념으로 인종과 사회적 지위를 초월하며 돈으로 살 수 없는 사람의 품계를 뜻한다.
‘상류’라는 것은 결국 이 ‘내면의 계급’이 어떠냐에 달렸다는 말이다. 정치인이나 재벌이라고 해서 내면의 계급이 높은 것도 아니고, 운전기사나 백화점 직원이라고 해서 낮은 것도 아니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내면의 상류적 가치를 인정해주는 사회적 분위기의 형성이다.
책은 내면의 품격을 높이는 방법들을 소개한다. 1부 ‘누가 상류인가?’에서는 어떤 사람들을 상류라고 부를 수 있는지 밝히고 한국인들이 미국의 화려하고 왜곡된 아메리칸 드림을 좇느라 정작 미국을 지탱하는 상류와 그들의 가치에 대해서는 성찰하지 못했음을 지적한다.
2부 ‘책임을 다한다는 말’에서는 한국인들이 좀처럼 관심을 가지지 않는 미국의 오래된 상류들의 진면목에 대하여 다루며 3부 ‘다르게 사는 방법’에서는 부모와 재산과 학벌에 의해 형성되는 고정된 계급이 아니라 내면의 자세에 따른 유동적 계급, 즉 ‘내면의 계급’에 대해 이야기한다. 미국뿐만 아니라 유럽 각국은 이런 고결한 책임 의식을 가진 사람들이 지도층의 다수를 점하고 있기 때문에 해당 사회가 전반적으로 건강할 수 있다는 지적은 경청할 만한 부분이다.
/민경화기자 mk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