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당 지도부 공백 사태
국민의당이 29일 안철수 상임 공동대표의 사퇴로 당이 아직 제 모습을 갖추기도 전에 사실상 ‘대주주’이자 간판이 갑작스럽게 떠나 ‘혼돈의 시대’에 접어들었다.
특히 천정배 공동대표의 동반사퇴로 당 지도부가 공백 상태가 됨에 따라 임시 지도체제 전환이 불가피해졌고, 박지원 원내대표가 이날 비대위원장으로 추대됐다.
국민의당은 우선 안 대표에 대한 당 의존도는 상당하다.
새정치민주연합에서 탈당해 창당을 주도한 데 이어 지난 총선에서도 ‘야권연대’ 프레임 등의 악조건 속에서 무려 38석을 얻어내는 데 사실상 지휘자 역할을 했기 때문이다.
현재로선 당의 유일한 대권주자이기도 하다.
애초 국민의당은 오는 8월 전당대회를 열어 새 대표를 선출하려고 했으나 당의 기본체제를 갖추기 위해 내년 2월말로 연기하기도 했다.
안 대표가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사퇴 의사를 밝히자 지도부는 한사코 만류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영환 사무총장은 “당이 와해된다”며 사퇴를 반대한 것으로 전해졌다.
박지원 원내대표는 안 대표의 사퇴에 앞서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도 “현실적으로 안철수 없는 국민의당은 앙꼬 없는 찐빵”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당 지지율은 안 대표 지지율과 연동돼 오르락내리락하는 경향성도 보여왔다.
안 대표가 없는 국민의당이 새로운 시험대에 오른 형국이다.
이런 상황에서 국민의당은 안철수 천정배 공동대표의 사퇴로 지도부 공백이 발생함에 따라 비대위 체제로 전환, 박지원 원내대표를 비대위원장으로 추대했다.
당헌 제126조에 따르면 당 대표가 궐위되거나 최고위의 기능이 상실되는 등 비상상황이 생기면 비상대책위원회를 둘 수 있다.
비대위는 위원장 1인을 포함한 15인 이내의 위원으로 구성되며, 비대위원장은 당 대표의 지위와 권한을 갖게 된다.
비대위는 비상상황이 종료되고 전당대회에서 당 대표와 최고위원이 새로 선출될 때까지 존속된다.
이에 따라 박 원내대표는 내년 초로 예정된 차기 전당대회 때까지 비대위원장을 맡아 4·13 총선 홍보비 파동과 안·천 대표의 중도하차로 위기에 처한 당을 수습하고 재건하는 역할을 맡게 됐다.
국민의당은 이날 오후 6시 국회에서 긴급 최고위 회의를 열어 이같이 결정했다고 손금주 대변인이 기자들과 만나 밝혔다.
박 원내대표는 빠른 시일내에 비대위 구성을 완료, 최고위와 협의한 뒤 의결절차를 거쳐 비대위를 구성할 예정이다.
비대위가 구성되면 최고위는 해산된다.
/임춘원기자 lc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