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영국은 유럽 연합을 탈퇴하기로 결정했고, 다른 유럽 국가들은 국제 무역과 이민 정책을 더욱 엄격하게 통제하는 등 많은 선진 국가에서 경제적 독립을 추구하는 ‘경제 내셔널리즘’이 부상하고 있다.
이처럼 세계 경제가 국제화 기류에서 돌아서고 있는 가운데, 버락 오바마 대통령 당선자의 경제자문위원으로 활동하며 미국의 신경제를 주도한 로버트 라이시는 경제 내셔널리즘이 발생하는 근본원인을 찾고 폭주하는 자본주의를 살리기 위한 해법을 담은 ‘로버트 라이시의 자본주의를 구하라’를 펴냈다.
먼저 저자는 경제 내셔널리즘이 발생하는 원인으로 직업 안정성이 축소되고 불평등이 확대되는 동시에 임금이 동결되거나 줄어들기 때문이라고 밝힌다.
따라서 지난 80년 동안 중산층이 축소되고 빈부 격차가 크게 벌어져온 과정을 참신하고 설득력 있게 분석해 대기업, 거대 은행, 부자들에 의해 정치와 경제 체제가 부패하고, 정치권과 이들 사이에 작동하는 회전문 때문에 거짓이 조장되고 있음을 조목조목 밝혀낸다.
1부에서는 시장을 지배하고 시행하는 규칙인 재산(소유할 수 있는 대상), 독점(시장 지배력을 허용하는 정도), 계약(교환할 수 있는 대상과 조건), 파산(구매자가 대가를 지불할 수 없는 경우에 발생하는 현상) 등을 면밀하게 검토한다.
이러한 규칙은 지난 수십 년 동안 부와 소득을 독점한 세력이 정치 기관에 행사하는 영향력이 커지면서 계속 바뀌어 온 것이다.
2부에서는 이러한 사회 현상이 부와 소득의 분배와 어떻게 연결되는지 분석한다.
어째서 거대 기업 임원의 급여가 최근 수십 년 동안 치솟고 있는지, 월스트리트의 매니저와 트레이더가 받는 급여가 급등하고 있는지를 면밀하게 조사해보면, 그들의 통찰이나 기술의 가치가 급격하게 증가한 것이 아니라는 사실이 드러난다.
경제학자 존 케네스 갤브레이스는 “대항적 세력이 성장하면 경제가 자율적으로 경제 자체를 규제할 수 있는 능력이 강화되므로 종합적인 정부 통제나 계획을 줄일 수 있다”며 대항적 세력의 중요성을 강조한 바 있다.
실제로 이러한 대항적 세력 덕택에 1950년대 미국의 중산 근로층은 경제 성장으로 달성한 이익에서 상당한 몫을 차지할 수 있었다.
3부에서는 소수가 아닌 다수를 위해 공정한 새로운 경제 규칙을 만드는 방법과 대기업과 거대 은행, 부자들의 집중된 힘에 맞설 평형추 역할을 할 대항적 세력을 형성하는 법을 제안한다.
마지막으로 저자는 대기업, 거대 은행, 부자들에 맞설 대항적인 힘을 갖춰야 부의 불평등과 기회 축소를 향해 기우는 사회를 거꾸로 되돌릴 수 있다고 강조한다.
이 책은 열정적이지만 실용적이고 포괄적이지만 엄격한 입장을 취하며 자본주의의 현 상태를 적나라하게 드러내 시민의 행동을 촉구한다.
/민경화기자 mk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