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몽’을 비롯해 ‘허준’, ‘태조 왕건’ 등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사극들은 대부분 50%가 넘는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며 전국민의 사랑을 받았다.
뿐만 아니라 해외로 수출되며 한국을 알리는 외교 역할도 톡톡히 해내고 있다.
사극은 역사지식이나 역사관에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단순히 오락적인 역할을 넘어 교육적인 측면까지 고려돼야 한다.
수원시립공연단 무예24기시범단 상임연출이자 무예사와 군사사를 공부한 최형국은 사극 속에서 반복되는 무예사와 군사사의 오류를 발견, 이를 지적하고 그 대안을 찾고자 ‘조선의 무인은 어떻게 싸웠을까?’를 펴냈다.
저자는 사극 속에 가장 자주 등장하는 오류로 한 손에 칼을 들고 말을 타고 달려 나가는 주인공을 꼽았다.
전통 시대 기병은 적이 원거리에 있으면 활로, 근접해 있으면 창이나 마상월도, 혹은 마상편곤과 같은 무기로 공격했다.
환도는 지금으로 치면 권총과 같은 일종의 보조 무기였다. 게다가 환도는 띠돈이라는 360도 회전 가능한 고리에 달아 허리에 차는 것이 기본이었다.
그래야 두 손을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사극에서처럼 기병이 손에 칼을 들고 있으면 칼이나 칼집으로 말을 때리며 달리게 된다.
따라서 기병이 칼을 뽑아 휘두르는 순간 말은 자신을 공격하는 것인 줄 알고 거부 반응을 보이게 되고 낙마하는 불상사가 일어날 수도 있다.
드라마 뿐 아니라 광화문 광장에 세워진 이순신 장군의 조각상에도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중국식 견박형 갑옷을 입고 있을 뿐 아니라 한 손에 든 칼로 땅을 짚고 있는 자세도 잘못돼 있다는 것. 조선시대를 배경으로 한 사극에서 대표적인 장수들의 갑옷으로 등장하는 견박형 갑옷은 중국에서 쓰던 것이었다.
제작 비용이 많이 드는 특성상 잘못된 고증으로 만든 갑옷을 반복해서 사용할 수 밖에 없고, 우리는 사극을 통해 잘못된 정보를 습득하게 된다.
저자는 갑옷은 당시 국가를 상징하고, 그 시대를 가늠할 수 있다는 점에서 역사적 고증을 통해 정확한 재현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이 밖에도 ‘조선의 무인은 어떻게 싸웠을까?’ 당시의 전술, 지휘 체계, 병사들의 장비와 전투 시 움직임까지 무인들의 모든 것을 고증한다.
저자는 단순히 역사서와 그림 등 사료를 보고 복원하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닌 직접 말을 타고 활을 쏘면서 조선시대 군사들의 훈련 모습과 전투시 움직임까지 폭넓은 고증을 시도했다는 점에서 더욱 특별한 의미가 있다. 저자는 “역사는 미래를 보는 거울이다. 이 책을 통해 고증 오류의 악순환을 끊어내고 역사를 바로 세우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민경화기자 mk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