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널
장르 : 드라마
감독 : 김성훈
출연 : 하정우/배두나/오달수
보통의 직장인이자 평범한 가장 정수는 집으로 가던 중 갑자기 무너져 내린 터널 안에 홀로 갇히고 만다.
고립된 터널에서 그에게 남은 것은 배터리가 78% 남은 휴대전화와 생수 두 병, 딸의 생일 케이크가 전부다.
대형 터널 붕괴 사고 소식에 정부는 긴급하게 사고 대책반을 꾸리지만 구조 작업은 더디게 진행되고, 설상가상 구조 작업으로 인근 제2터널 완공에 차질을 주게되자 정수의 생존과 구조를 두고 여론이 분열되기 시작한다.
10일 개봉하는 영화 ‘터널‘은 무너진 터널 안에 고립된 한 남자와 그의 구조를 둘러싸고 변해가는 터널 밖의 이야기를 그린 리얼 재난 영화다.
김성훈 감독은 “‘터널’은 자신이 통제할 수 없는 재난 상황에 빠진 터널 속 한 남자의 이야기이기도 하지만, 그를 둘러싼 터널 밖 사람들과 사회, 세상에 대한 이야기”라고 밝히며 기존 재난영화와 차별점을 강조했다.
영화는 보통의 재난 영화처럼 참사를 극복해 나가는 모습에 초점을 맞추지 않는다. 터널 안과 밖의 대비되는 상황을 제시해 시간이 흐를수록 달라지는 정수와 사람들 사이의 간극을 꼬집는다.
구해주겠다는 말을 믿고 정수는 터널안에서 힘겹게 버티지만 터널 밖의 상황은 갈피를 잡지 못하고 우왕좌왕하는 모습으로 묘사, 한국 사회의 단면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게다가 특종과 단독 보도에 혈안이 된 언론들과 부실 공사로 물의를 일으킨 시공 업체, 그리고 실질적인 구조는 뒷전인 채 윗선에 보고하기 급급한 정부 고위 관계자들까지, 현실 세태를 리얼하게 풍자한 스크린 속 모습은 씁쓸한 웃음과 답답함을 자아낸다.
또한 제대로 된 대처 매뉴얼 없이 시간을 허비하는 터널 밖 사람들의 모습은 터널 안에서 1년 같은 1분을 견디며 생사를 다투고 있는 정수와 극명하게 대조되며 보는 이들의 공분을 불러일으킨다.
별다른 성과 없이 지지부진한 날들이 이어질수록 터널 안에 갇힌 정수에게 점점 무관심해지는 국민들의 반응 역시 낯설지 않다.
영화의 또 다른 특징은 수많은 희생자가 등장하지 않는 것이다. 영화에 등장하는 희생자는 ‘정수’ 단 한 명이다.
김성훈 감독은 “인간의 생명은 숫자로 환산할 수 없는 가치인데, 희생자의 수를 따지는 것은 무의미하다. 오히려 한 사람이 거대한 재난을 홀로 마주했을 때 외로움이나 두려움은 더 배가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라고 밝히며 희생자의 수로 재난의 규모를 재단하는 것이 아닌, 하나의 생명이 가진 가치를 영화 속에 온전히 담아내고자 했다.
한편 위기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치열한 사투를 벌이는 ‘정수’는 하정우가, 남편의 사고에도 의연하게 대처하는 강인한 아내 ‘세현’은 배두나가 연기한다. 구조를 위해 사력을 다하는 구조본부 대장 ‘대경’은 오달수가 분해 개성 넘치는 연기를 펼친다.
/민경화기자 mk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