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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침탈 역사의 현장… 세세한 답사의 기록

남산~제주까지 흔적찾아 누벼
목포 일본군 관리 동상 우뚝
일본 강점기때 참상 보여줘
유산 답사 저자들 현장 안내

 

일제 강점기는 우리가 두 번 다시 겪지 않아야 할 뼈아픈 기억이다.

영화, 연극, 소설 등 여러가지 방법으로 우리의 아픈 역사를 기억하려는 노력이 이어지고 있지만 가장 확실한 방법은 그 흔적들을 직접 둘러보는 것일지도 모른다.

‘일제의 흔적을 걷다’의 저자들은 남산 위에 신사부터 제주 아래 벙커까지 우리 땅 곳곳에 남은 일제의 흔적을 찾아 전국을 누비며 한권의 책으로 펴냈다. 그 과정에서 그들은 모르고 보면 이상한 콘크리트 덩어리에 불과한 잔해에도 수많은 세월이 퇴적돼 있으며, 그 속엔 그만큼 많은 이야기가 숨겨져 있음을 체감했다.

저자들은 각 장소와 지역의 이 같은 내력과 그 이면에 자리 잡은 이야기들을 흥미롭게 풀어낸다.

‘일제 강점기’라는 말에서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일본의 군사시설이나 강제징용, 수탈, 위안부 등의 아픈 역사일 것이다.

목포의 일본 영사관 뒤편에 지어진 일본군 방공호에는 공사에 강제로 동원된 조선인들과 그들을 감시하는 일본인 관리의 동상이 있어 당시의 참상을 보여준다.

강제 동원된 조선인들은 어둠과 습기 때문에 잠시만 들어가 있어도 몸이 노곤해지는 땅속에서 가혹한 폭력과 굶주림을 견디며 곡괭이와 삽으로 80m가 넘는 터널을 파야 했다.

군산 시내에 있는 일본인 지주의 금고 건물은 당시 조선인 소작농들에 대한 착취가 얼마나 가혹했는지를 드러낸다.

일본인 지주 시마타니 야소야는 여의도의 두 배에 달하는 땅을 손에 넣은 것도 모자라 조선의 각종 문화재를 강탈해 자신의 정원을 꾸몄다.

한편 어떤 곳들은 해방 이후에 갈 곳을 잃은 사람들의 보금자리가 되기도 했다.

일본인들이 떠난 서울 해방촌의 가옥들에는 광복과 함께 월남한 실향민들과 일본이나 중국에서 살다 온 귀국자들이 모여 살았다.

또 부산 가덕도의 한 일본군 탄약고는 한국전쟁 당시 남쪽으로 내려온 피난민들의 거처로 사용됐다.

저자들은 각 현장의 시설과 건물들을 꼼꼼히 둘러보며 이를 통해 일제가 달성하고자 하는 야욕이 무엇이었고, 그들은 조선인들에게 어떤 메시지를 던지고자 했는지 헤아려본다.

조선인들이 주로 오가는 종로 한복판에 일본총독부 건물을 지은 것은 누가 지배자이고 피지배자인지를 확실하게 보여주기 위한 것이었다.

총독부가 다른 곳으로 이전한 뒤 그 건물은 일본이 조선에게 은혜를 베풀고 있다고 선전하기 위한 장소로 바뀌었다.

또 책에 소개된 곳들 외에도 전국을 돌며 수많은 일제의 유산을 답사해온 저자들은 직접 현장을 가보고자 하는 독자들을 위해 각각의 현장으로 찾아가는 길을 상세히 안내하고 있다.

이 책은 일제 강점기의 시대상을 입체적으로 조명하면서 그 시대의 기억들을 흥미롭게 환기시켜주며, 잊혀졌을 뿐 사라진 것은 아닌 우리의 역사를 기억해야 함을 강조한다.

/민경화기자 mk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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