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인트 냄새가 진동하고 각종 소음으로 시끄러운 학교에 내 자식을 도저히 보낼수 없습니다"
26일 경기도교육청이 열악한 교육환경을 이유로 아직까지 등록하지 않은 학부모들을 설득시키기 위해 학교 공개행사 및 시설설명회가 열린 안양시 충훈고 교정은 도교육감과 도교육청의 잘못을 질타하는 성토장이 됐다.
학부모와 학생등 400여명은 오전 10시부터 페트병과 꽹과리 등을 준비, '교육감은 물러가라'는 구호를 외치며 개교반대를 주장했다.
이날 학교 곳곳에서는 인부들이 마스크를 쓴채 페인트 도색작업과 전기배선공사 등을 하고 있었고, 1학년 학생들이 수업할 교실도 책상과 걸상은 놓여져 있었지만 페인트 냄새가 진동했다.
안양경찰서 1개 중대 병력이 배치된 가운데, 학교 곳곳에서는 학부모와 교육청 직원간에 말다툼이 끊이질 않았다.
학부모들은 "공사중인 4,5층을 봐야하는데 왜 계단입구를 막아놨느냐"며 항의했고, 교육청측은 "1학년 학생이 공부할 곳은 1,2,3층이고 4,5층은 아직 공사중이라 위험하기 때문에 공개할 수 없다"며 출입을 막았다.
오전11시30분, 도교육청과 학교측이 공사중이라면서 4,5층계단입구를 막아놓은 합판을 학생과 학부모들이 뜯고 올라갔다.
4,5층에 올라간 학생과 학부모들은 각종 건설자재가 쌓여있고, 천정 및 바닥 공사도 제대로 돼 있지 않은데다 뿌연 먼지 속에 인부들이 마스크를 쓰고 작업하는 장면에 경악했다.
일부 학생과 학부모는 "학교 시설도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곳에서 공사 분진과 악취 속에 하루 14시간을 공부해야 하는 것은 말도 안된다"며 "이런 시설의 학교에 누가 자기 자녀를 보낼수 있겠느냐"며 복받친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처럼 학부모들과 학생들의 거센 저항에 부딪혀 도교육청이 당초 예정했던 오전 11시의 시설설명회는 1시간30분이 지연된 12시30분에 시작됐다.
도교육청 이성희 지원국장은 "평촌지역 학생들을 위해 안양시 6번버스 노선을 충훈고 앞까지 연장시키고 통학시간 배차간격도 10분 간격으로 줄여 등하교에 지장이 없도록 했다"며 "학교주변 순찰을 강화하고 개교전까지 도로포장과 가로등 설치를 완료하겠다"고 말했다.
이국장은 또 "페인트 냄새 등으로 학생들이 불편함을 느끼지 않도록 개교전까지 환기를 철저히 시키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학생과 학부모들은 "교문 주변의 도로개설공사와 학교 옆의 왕복 4차선 충훈터널 공사는 물론 학교 맞은편 200m앞의 왕복6차선 서해안고속도로에서 엄청난 소음이 나온다"며 "주위의 분뇨처리장과 하수종말처리장, 50m떨어진 시내버스차고지, 안양천 건너편에 페인트 공장 등 주변환경이 최악인데다 페인트 냄새가 진동하는 발암물질이 가득한 교실에서 무슨 공부를 하겠느냐"며 재배정을 요구했다.
입학예정자인 박종혜(17)양은 "내가 다닐 학교가 어떨지 궁금해 지난 일요일 2시간 정도 학교를 구경했다"며 "그러나 학교 전체에 페인트 냄새와 본드냄새가 진동했고, 밤에 눈이 아프고 눈물이 나와 잠을 잘 수 없었다"고 말했다.
학부모 대책위원위 민병권 위원장은 "도교육청의 학교설립계획을 보면 오는 2010년까지 안양시에 모두 7개의 고등학교를 신설해야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법원에서 학교배정 효력집행정지 가처분신청을 받아들인 만큼 학교설립추진을 제대로 하지 못한 도교육청이 책임을 져야하고 재배정 또는 전학이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도교육청이 당초 지난 13일의 마감일보다 네 차례나 등록을 연장한 등록마감일인 이날 오후 10시까지 148명의 학생이 등록을 하지 않아 사상초유의 집단재수 사태가 발생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도교육청은 등록시한을 재연장할지 여부에 대해 협의중이라고 밝혀 법원의 가처분인용결정과 함께 미등록학생들이 구제받을 가능성도 큰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