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많은 땀과 공이 들어가 완성된 조각보의 아름다움을 많은 사람들과 나누고 싶습니다.”
수원 행궁의 공방거리를 지나다보면 아기자기하면서 화려한 색감의 조각보가 걸려있는 공방 한 곳이 눈을 사로잡는다.
2016 한국예술문화명인에 선정된 나정희 공예가가 운영하는 규방공예 공방이다. 조각보의 아름다움을 널리 알리고 싶다는 나정희 공예가를 지난 29일 만났다.
한국국악협회수원지부 지부장으로 활동하며 국악가로 먼저 이름을 알린 나정희 씨는 문화교실에서 취미로 시작한 규방공예가 천직이 됐다.
그는 “규방공예는 규방에 모인 여인들이 침선(바느질)을 통해 다양한 생활용품을 만든 것에서 비롯됐다. 규방공예의 대표적인 작품으로는 조각보가 꼽히는데, 색색의 천을 이어붙인 조각보의 아름다움에 매료돼 규방공예의 길에 들어서게 됐다”고 밝혔다.
보기에 아름답다고 누구나 규방공예를 잘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야무진 손재주가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다.
그는 “어려서부터 손에 잡히는 천이나 풀로 무엇이든 만드는 것을 좋아했다. 아마도 염색과 재단에 재능이 있으셨던 할머니와 어머니의 손재주를 이어받은 것 같다”고 말했다.
쉰이 넘어 뒤늦게 시작한 바느질이 쉽지는 않았을 터. 나정희 공예가는 완성도 높은 작품을 만들기 위해 하루종일 바늘과 실을 붙잡고 있을만큼 노력을 아끼지 않았다.
그는 “길을 가다 보게되는 건물이나 보도블럭까지 모든게 조각보로 보일만큼 규방공예에 빠져있었다. 지금도 매일 새로운 아이디어가 떠오르면 바로 바늘을 꺼내들곤 한다”고 전했다.
그의 열정은 작품에서 고스란히 드러난다. 공들여 한땀한땀 엮어낸 바느질은 한치의 흐트러짐도 없을 뿐 아니라 아름다운 색으로 완성한 조각보는 해외 어디에 내놔도 손색이 없을 정도다.
그는 “지인들이 색채의 마술사라는 별명을 붙여줄만큼 조각보의 색에 집중해서 작업하는 편”이라며 “색 뿐만 아니라 깃털 등 다양한 소재를 사용해 조각보의 가능성을 넓힐 수 있는 작업도 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지난 10일 한국예술문화단체총연합회가 주관하는 한국예술문화명인(조각보)으로 선정됐다. 조각보 부문에서 처음 탄생한 명인이기에 의미가 크다.
나정희 공예가는 “조각보 부문 첫 명인으로 선정돼 기쁘기도 하지만 막중한 책임감도 느낀다”라며 “다문화 가정 어머니를 대상으로 한 규방공예 교육을 비롯해 최종적으로는 박물관을 열어 많은 사람들과 한국 전통 공예의 아름다움을 전하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민경화기자 mk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