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미진진한 옛이야기에 귀 쫑긋
“더 해주세요” 아이들 조르기도
도내 이야기 할머니 438명 활동
김경희 할머니 “70세 바라보는
나이에 사회활동 보람 있다”
한국국학진흥원 “많은 지역에서
무릎교육 통한 올바른 인성교육
취지 공감하고 동참하길 기대”
“옛날 옛날에 백결이란 사람이 있었어요. 백결의 거문고 소리가 집 밖으로 퍼지면 마을 사람들은 행복한 기분이 들었어요. 쿵더덩 쿵더덕 쿵쿵 쿵더덩 쿵더덕 쿵쿵.”
5, 6살 아이들에게 이야기를 들려주는 선생님은 희끗희끗한 머리카락에 곱게 한복을 입은 할머니다. 할머니가 들려주는 흥미진진한 옛날이야기에 아이들은 “떡방아가 뭐예요”, “저도 텔레비전에서 거문고 봤어요”라며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경청하며 한자리를 지키고 있는 모습에 절로 미소가 지어진다.
지난 5일 이야기할머니 수업이 한창인 수원의 연세유치원 풍경은 할머니 무릎 아래서 재미있고 신기한 옛날 이야기를 들으며 잠들었던 옛모습과 닮아 있었다.
이야기할머니들이 유아교육기관을 찾아가 선현들의 미담 및 전래동화를 들려주는 ‘아름다운 이야기할머니 사업’은 문화체육관광부가 주최하고 한국국학진흥원이 주관해 안동을 중심으로 대구, 경북 지역에서 시범사업으로 2009년 추진, 2012년부터 전국으로 확대돼 현재는 전국 6천661개소 기관에서 2천406명의 이야기 할머니가 활동하고 있다. 경기도는 438명의 할머니가 1천239개 기관에서 활동하고 있다.
만 56세부터 만 70세까지 고정된 직업이 없는 여성 어르신을 대상으로 하는 사업은 품성, 언어 기본능력 등에 대한 심사를 거쳐 이야기 할머니를 선발, 일정 기간 교육 이후 각 기관에 파견한다. 실제로 이날 수업을 진행한 김경희 할머니는 숙련된 솜씨로 구연할 뿐 아니라 또렷한 발음과 노래실력까지 갖춰 아이들의 집중도를 높였다.
방학이 끝난뒤 몇 달만에 할머니를 만난 아이들은 토끼눈을 하고 이야기에 집중 하더니, 수업이 끝난 뒤 나가려는 할머니의 치맛자락을 붙잡고 이야기를 더 해달라고 조르는 모습이 정겹다.
세대간 소통 단절과 청소년 인성교육 문제가 대두되는 요즘, 이야기할머니에게 자연스럽게 전통과 예의를 배우는 아이들의 모습을 통해 작은 시도가 큰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는 가능성을 엿볼 수 있었다.
김순애 연세유치원 원장은 “할머니에게 전통을 배우며 인성교육을 동시에 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이 사업을 신청하게 됐다. 한학기 동안 수업을 들었던 아이들은 이제는 언제 할머니가 오시냐며 매주 이야기 할머니 수업을 손꼽아 기다린다”고 말했다.
이날 수업을 진행한 김경희 할머니는 “할머니에게 이야기를 듣던 시절을 떠올리며 푸근한 할머니로 아이들에게 다가가려고 노력한다. 평소 듣기 어려운 선현 미담을 들은 아이들이 배려나 예의에 대해 배우고 달라지는 모습을 보며 보람을 느낀다. 뿐만 아니라 70세를 바라보는 나이에 사회활동을 할 수 있다는 것도 개인적으로 큰 의미가 있다”고 미소지었다.
한편 전액 국비로 지원되던 아름다운 이야기할머니 사업은 내년부터 지자체에서 활동비의 30%를 부담하게 되면서 각 지자체의 참여의사에 따라 사업의 진행여부가 달라지게 됐다.
한국국학진흥원 관계자는 “사업비 부담이 커지면서 몇몇 지자체는 참여가 힘들다고 회신하기도 했다. 많은 지역에서 무릎교육을 통한 올바른 인성교육의 취지에 공감하고 사업에 동참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민경화기자 mkh@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