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을 지나다 보면 유치원보다는 휴양병원이, 결혼식보다는 장례식이, 산부인과보다는 정형외과와 치과가 자주 목격된다. 대한민국은 2020년이면 베이비 부머 1세대가 65세로 접어들며, 2050년이면 은퇴세대가 인구의 40%에 육박, 고령화 사회를 목전에 두고 있다.
한국사회에서 ‘늙음’은 부정적으로 인식된다. 노후불안을 경감시켜줄 사회적 흡수장치와 개인적 준비상황이 미미한 까닭이다. 세대와 사회를 연구하는 경제학자이자 한양대학교 국제학대학원 교수인 전영수는 고령인구를 빈곤(Poor)·고립(Isolated)·고통의 세대 (Painful)인 피파(PIPA)세대라고 명명, ‘피파세대 소비심리를 읽는 힘’을 통해 늙음을 공론화하고 실효성 있는 대안을 모색코자 한다.
일본은 2000년 65세 이상인 고령자가 17% 육박하며 우리보다 먼저 고령화사회에 진입했다. 저자는 일본의 선행사례를 통해 시니어마켓을 둘러싼 실패원인과 성공전략을 분석한다.
세계적인 기업 일본브릿지스톤은 철저한 마케팅 조사를 통해 골프클럽 화이즈를 만들었지만 실패했다. 이 클럽을 쓴다는 것 자체가 본인의 신체쇠퇴를 알려주는 신호로 해석된다는 이유에서다.
반면 이키이키가 내놓은 여행상품 ‘보스턴 1개월 여행’은 큰 인기를 얻었다. 단순관광 대신 도시에서 1개월 간 주민처럼 생활하며 영어를 배운다는 지식체험적인 아이디어가 먹혀든 덕분이다. 전자는 시니어 세대들이 늙음의 이미지를 싫어한다는 점을 간과함으로써 나타난 결과로, 이같은 일본의 사례를 통해 시니어 마켓의 성패는 중 고령 고객의 마음을 얼마나 잘 읽어내느냐에 달렸다는 점을 알 수 있다.
책은 이론파트로 이뤄진 ‘1부 시니어의 지갑을 어떻게 열 것인가?’와 사례파트로 이뤄진 ‘2부 소비 욕구 5단계에 맞춰 시니어마켓을 뚫어라’로 나뉜다. 전자는 시니어마켓의 의미와 상황을 고령사회의 거시악재와 맞물려 부각시켰으며, 그 현재적 한계를 뛰어넘기 위해 필요한 범용적인 독법안내 및 탈피노력 등에 집중했다.
2부에서는 피파세대의 소비욕구를 5단계로 구분해 단계별로 시장파이·소구전략·개별사례 등을 집중적으로 소개했다. 한국형 피파세대에서 목격되는 현존하는 공통적인 기초욕구부터 상위단계 생활수요를 하나하나 금전여력·신체건강 등에 맞춰 키워드로 발전시켰다.
즉 1단계 소비욕구는 생활(Life)로 살아내야 할 최소한의 기초수요를 뜻한다. 2단계 소비욕구는 건강(Health)이며 무병장수를 찾아 떠나는 길에서 필요한 제품·서비스를 정리했다.
3단계 소비욕구는 관계(Relation)인데, 촘촘하게 연결안전망을 다짐으로써 고령생활의 불편·불안·불만을 승화시킨 소비키워드다. 4단계는 행복(Happiness)이라는 소비욕구로 웃으며 즐기는 생활유희를 거들어주는 일련의 공급체인이다. 마지막 5단계 소비욕구는 희망(Dream)으로 적극적인 자아실현을 위한 지출지점에 초점을 맞췄다./민경화기자 mk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