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6.24 (화)

  • 흐림동두천 23.5℃
  • 흐림강릉 30.0℃
  • 서울 24.7℃
  • 대전 24.5℃
  • 대구 28.9℃
  • 흐림울산 27.3℃
  • 광주 26.0℃
  • 부산 23.5℃
  • 흐림고창 25.6℃
  • 흐림제주 29.7℃
  • 흐림강화 22.9℃
  • 흐림보은 24.4℃
  • 흐림금산 25.4℃
  • 흐림강진군 26.3℃
  • 흐림경주시 28.5℃
  • 흐림거제 24.1℃
기상청 제공

쓸쓸한 노인에 죽음을 파는 ‘박카스 할머니’

윤여정, 가장 파격적인 캐릭터 변신
‘조력자살’소재 인간적으로 묘사해
한국 사회 노인 고독사 소재 다뤄
판타지아영화제 여우 주연상 수상

 

죽여주는 여자

장르: 드라마

감독: 이재용

출연: 윤여정/전무송/윤계상

스크린과 브라운관을 오가며 깊이있고 다양한 연기를 선보여 온 배우 윤여정. 오는 6일 ‘죽여주는 여자’로 돌아온 그녀는 50년 연기 인생 가장 파격적인 캐릭터로 변신해 관객과 만난다.

종로 일대에서 노인들을 상대하며 근근이 살아가는 65세의 ‘박카스 할머니’ 소영은 자신의 단골 고객이자, 뇌졸중으로 쓰러진 송노인으로부터 자신을 죽여달라는 부탁을 받고 갈등한다.

노인들 사이에서 ‘죽여주는 여자’로 불렸던 그녀는 노인들을 진짜 ‘죽여주게’되고, 그 일을 계기로 사는 게 힘들어 죽고 싶은 고객들의 부탁이 이어지면서 소영의 고민은 깊어진다.

OECD 국가 중 노인 빈곤률과 자살율이 가장 높은 한국사회에서 가난속에 홀로 세상을 떠나는 노인 고독사 이야기는 더이상 낯선 뉴스가 아니다.

영화 ‘죽여주는 여자’는 노년을 홀로 가난 속에 보내야 하는 노인들을 비롯해 생존을 위해 유일하게 가진 몸을 팔아야 하는 여자, 죽는 것보다도 못 한 삶을 살아가고 있는 그녀의 주변인 등 한국 사회의 적나라한 이면을 스크린으로 옮겨 우리가 주목해야 할 모습들을 이야기한다.

영화는 무거운 소재를 다루지만 특유의 위트와 스타일을 더해 인간적인 공감을 극대화시킨다.

특히 소영의 주변 인물로 트랜스젠더 집주인, 장애인이자 저소득층 청년, 한국이 낳았지만 거두지 않은 코피노 소년 등 남다른 사연을 가진 이들을 배치해 힘들지만 일상을 즐길 줄 아는 이웃들과의 드라마를 더해 무거운 소재를 유쾌하게 풀어낸다.

뿐만 아니라 조력자살이라는 무거운 주제를 소영의 시선에서 차분하고 인간적으로 묘사해 웃음과 눈물이 있는 사람냄새가 가득한 이야기로 재탄생시켰다.

‘죽여주는 여자’에서 가장 돋보이는 것은 배우 윤여정의 열연이다.

‘여배우들’(2009)을 통해 윤여정과 처음 만난 뒤 ‘뒷담화: 감독이 미쳤어요’(2012)를 통해 다시한번 호흡을 맞추며 그녀의 진솔한 모습을 담아냈던 이재용 감독은 성과 죽음을 파는 여자 ‘소영’ 역할에 윤여정을 낙점했다.

‘윤여정의 작품 중 가장 뛰어난 성취를 보여준 인생작 중 하나’라는 극찬을 받으며 이 작품으로 제20회 몬트리올판타지아국제영화제에서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윤여정은 기존의 쿨하고 모던한 이미지를 벗고 처참한 삶을 연명하는 소영으로 완벽하게 분했다.

사람을 끌어당기는 특유의 매력과 관객을 납득시키는 표현력을 자랑하는 윤여정은 ‘죽여주는 여자’에서 역시 힘든 현실 속에서도 자기 삶에 떳떳한 소영의 캐릭터를 만들어내며 영화의 완성도를 높였다.

/민경화기자 mkh@








COVER 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