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과학분야 노벨상 수상 22명
일본, 3연속 수상자 배출 기록
후쿠자와 유키치 계몽 이후
과학 각 분야에서 연구의 싹
근현대 日 역사적 상황 접근 눈길
2016 노벨 생리의학상 부문에서 오스미 요시노리 도쿄공업대학 명예교수가 수상하면서 일본 과학계 약진을 다시 한번 확인시켰다. 그의 수상으로 일본의 과학분야 수상자는 총 22명이 됐고 일본은 3년 연속 과학분야 노벨상 수상자 배출을 기록했다.
일본이 노벨상을 처음 받은 것은 1949년 물리학 분야 유카와 히데키의 수상으로, 1868년 메이지 유신으로부터 만 81년이 되는 해였다. 노벨상 수상이 국가의 과학발전에 대한 척도가 될 수 없지만 꾸준히 과학계에 투자하고 있는 일본의 사례를 통해 대한민국의 현실을 돌아볼 필요가 있다. 이 책은 일본이 1854년 개국하고 나서 후쿠자와 유키치가 과학 보급에 나선 이래 2012년 야마나카 신야가 16번째로 과학 분야 노벨상을 받기까지 일본 과학자들의 150여 년 분투 과정을 그린다.
저자 고토 히데키는 원자핵 공학을 공부한 후 신경 생리학을 전공한 독특한 이력의 연구자다.
따라서 책을 통해 과학자들의 인간적인 면모와 연구자로서의 태도, 학계의 상황, 국제적인 학술 교류 등 현장에서 파악한 이야기들을 실감나게 전한다.
책은 일본이 근대 과학을 빨리 받아들일 수 있는 이유를 일찍이 서양과 접촉했던 역사적 특성상 서양과 비교해 국력을 키우기 위해 산업에 집중했으며 자국의 독립을 지키기 위한 군사적 목적에 있었다고 밝힌다.
또 중국이나 조선과 다른 권력구조도 언급한다. 메이지 천황과 번벌(메이지 유신 후 유력한 특정 번의 출신자가 정부 요직을 독점해 결성한 정치적 파벌)과 같이 제도에서 유기적 구조를 이루고 있었던 것이다. 더불어 유교에 속박되지 않고 한학보다는 양학에 관심을 둔 것도 그 이유 중 하나라고 밝힌다. 책은 일본 근현대 과학의 발전상을 전문적인 차원에서만 논하지 않는다.
과학의 문제를 근현대 일본이라는 역사적 상황과 사회적 맥락에서 접근한 점이 눈길을 끈다.
막부 말기의 개국과 메이지 유신, 러일 전쟁과 태평양 전쟁, 패전과 전후라는 구체적 상황과 관련해 전개, 인간의 삶과 떼려야 뗄 수 없는 과학의 모습을 생생하게 읽을 수 있다. 특히 과학과 국가의 관련을 다룬 부분은 흥미롭다. 일본의 제국주의, 나아가 군국주의로 이어지는 정세 속에서 과학은 국가에 봉사하는 도구로서 일본의 침략을 뒷받침하는 부정적인 측면을 드러내기도 했다. 필승을 위한 무기 개발과 731부대의 인체 실험 등에서 군국주의와 과학의 관계, 패전 후 과학자들의 전쟁에 대한 책임 문제와 반성 등도 언급한다.
원자력 발전의 진행 여부, 옥시 사태 등 과학이라고 하는 문명의 이기를 두고 불안과 기대가 교착되는 지금, 앞으로 어떻게 대응해 나갈 것인가를 두고 현재적 의미를 내포하고 있는 ‘천재와 괴짜들의 일본 과학사’는 우리에게도 반면교사가 될 것이다.
/민경화기자 mk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