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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글씨로 눌러쓴 편지 한 장의 감동

한글학교 어르신 시·산문 엮어
원문 그대로 옮겨 큰 글자 정리
89명 이야기 책에 오롯이 담아

 

대한민국의 대학 진학률은 80%에 육박하지만 읽기와 쓰기가 불가능한 인구는 아직도 100명중 6명에 달한다. 문자를 읽고 쓰는 것이 당연한 것 같지만, 가족을 위해, 먹고살기 위해 공부의 때를 놓친 어르신들이 적지 않은 것이다. ‘보고 시픈 당신에게’는 전국의 한글학교에서 늦깎이로 한글을 배우고 있는 어르신들의 시와 산문 89편을 엮은 책이다.

“얼마나 더 산다고 이제 와 공부야?”라는 핀잔을 무릎쓰고 한글교실을 찾아 더듬더듬 한글을 배운 어르신들의 삶과 희망이 한권의 책에 담겼다.

무뎌진 기억력으로 힘들게 배운 한글을 비뚤비뚤하게 써낸 글이지만 누구보다 간절하게 글을 배우고 싶었던 어르신들의 열정이 몇줄의 글에 담겨있다.

책은 손글씨의 느낌을 살리기 위해 원문을 그대로 옮기고, 저시력자들을 위해 큰 글자로 다시 한번 정리했다.

맞춤법에 틀리거나 글씨가 예쁘지는 않지만 한글자 한글자 공을 들여 쓴 흔적을 만날 수 있어 감동을 더한다.

4부로 구성된 책은 ‘내속을 누가 아까’, ‘그 돼지는 어찌 대쓸꼬’, ‘책만 펴면 졸음 오니’, ‘내 인생에 꽃이 폈네’를 주제로 89명의 어르신들의 이야기를 다채롭게 녹여냈다.

손자와 함께 동화책을 읽고, 혼자 은행 업무를 보는 순간의 기쁨 등 글을 읽고 쓰게 된 뒤로 고통이 희망으로 바뀐 어르신들의 목소리를 생생하게 전한다.

‘나도 이제는 버스를 혼자 탈 수 있다/병원도 혼자 갈 수 있다/친구들과 식장가서 나 먹고 싶은 밥을 시킬 수가 있다/나는 참 행복하다/글자를 안다는 것이 이렇게 행복할 줄이야’ - 나도 할 수 있다(이간난,75세)

책은 태어나 처음 이름 석자를 쓰여 흘린 눈물, 먼저 떠난 남편에게 보내는 편지, 며느리에게 차마 전하지 못한 메모, 돈이 없어 자신을 판 아버지를 원망하기보다 그리워하는 모습 등 지나온 삶을 꾸미지 않고 진솔하게 담아 눈물을 자아내기도 한다.

‘내 꿈은 가수/두 번째는 미용사/하나도 안 댔다/기양 엄마가 댔다/지금도 노래소리 더르면/가섬이 벌릉거린다’-꿈(김정자,78세)

문해 교육은 단순한 문자 습득 그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시를 쓰고 그림을 그리게 된 비문해자들은 세상을 바라보는 눈이 달라졌다고 이야기한다. 단순히 글자를 쓸 수 있다는 것을 넘어 한을 풀고 자존감을 높이는 수단이 된 것이다. ‘보고 시픈 당신에게’는 우리가 몰랐던 어르신들의 ‘꿈’ 이야기를 통해 진한 삶의 향기를 만날 수 있다.

/민경화기자 mk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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