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세기 말에서 20세기 초 유럽에서는 도시를 배회하고 관찰하는 도시 탐색자, 학자와 예술가, 시인을 ‘산책자’라 일컫었다.
산책자들은 자본이 잠식한 도시의 풍경을 비판적이면서 창의적으로 표현, 시대를 예술로 해석한 이들의 작품은 현재에도 유의미한 메시지를 전한다. 동시대를 관찰하는 산책자의 시선은 2016년에도 존재한다.
경기도미술관은 내년 2월 5일까지 ‘산책자의 시선’ 전시를 개최, 19명의 산책자들의 작품을 통해 2016년 대한민국이 품고있는 다양한 모습을 한자리에서 선보인다.
21세기 가장 큰 화두는 환경이다. 정재철, 박형근 작가는 인간에 의해 파괴된 자연 환경의 흔적을 작품으로 표현했다. 정재철 작가는 해양쓰레기의 경로를 탐구하고 수집, 기록하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그의 ‘블루 오션’ 작품은 바다 쓰레기 문제의 민낯을 생생히 노출, 관람자가 스스로 환경에 대해 고민할 수 있도록 했다.
시화 간척지를 ‘혼돈계’로 정의하고 몽환적이고 혼란스런 공간으로 담아낸 박형근의 작품 역시 우리가 상기해야 할 자연 환경의 모습을 이야기한다.
전쟁무기의 기록을 사진으로 담은 방병상 작가는 무기로 인해 인간생명의 존엄성이 훼손되고, 짓밟힌 흔적을 비판적 시선으로 포착했다.
흔히 볼 수 있는 일상의 모습이지만 이면에 담긴 잔인한 메시지를 발견할 수 있는 작품도 눈에 띈다. 노인과 노숙자의 모습과 낡아서 사용가치가 없어진 기계의 모습을 병치한 박은태의 ‘늙은 기계’ 시리즈는 역사가 다루지 않는 주변부의 삶을 기록한다. 세밀한 묘사로 표현된 노인들의 모습을 늙어서 이젠 더 이상 사용하지 못하는 녹슨 농기계들과 나란히 배치한 박은태가 그리는 풍경은 리얼리즘의 본질을 상기시키며 몰입도를 높인다.
기독교의 삼면화 형식을 빌어 죽음의 아이콘을 묘사한 조현익의 ‘믿음의 도리’도 눈길을 사로잡는다. 우연히 발견한 ‘믿음의 도리’ 전단지에서 종교, 믿음에 대한 도리를 재고하게 됐다는 조 작가는 믿음으로 점철된 대한민국 사회 전체를 은유한다.
이흥덕의 ‘지하철 퍼레이드’ 역시 작가가 무심히 바라보고 상상한 지하철 밖 풍경, 작가가 상상한 인간군상의 삶의 현실에 대한 리얼한 묘사로 아수라와도 같은 현실사회를 그대로 담아내고 있다.
이 밖에 19명 작가가 각자의 관점에서 시대를 해석한 다양한 작품을 전시, 이 시대 새로운 산책자의 시선을 살펴볼 수 있다.
한편 경기문화재단에서 기획한 ‘2016 문예진흥 시각예술창작지원 사업’의 일환으로 진행되는 이번 전시는 창작지원금 및 전시 기획 지원 뿐 아니라 다섯명의 평론가들의 비평작업도 함께 진행해 의미를 더했다.
/민경화기자 mk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