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비상대책위 체제 전환이 시작부터 삐걱거리면서 당이 ‘분당’ 위기로 빠져들 조짐을 보이고 있다.
당초 이정현 대표가 사퇴키로 한 오는 21일 전국위원회를 소집해 비대위원장을 선출한다는 내부 방침을 세웠지만 정우택 신임 원내대표가 선출되면서 전면 백지화되는 분위기다.
정 원내대표는 19일 국회에서 기자 간담회를 열어 “비주류에서 좋은 비대위원장을 언제 선정해 주느냐가 중요하다”면서도 “시한을 정하면 오해를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적어도 일정 기간을 주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국위를 소집하려면 사흘 전 통보해야 하지만 실무를 책임지는 사무처까지 당무 거부 중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이번 주는 그대로 흘러갈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더 큰 걸림돌은 주류인 친박계와 비박계간에 비대위원장 후보와 비대위 권한 등 향후 당 주도권을 둘러싸고 사활을 건 충돌이 벌어졌다는 점이다.
비박계에서 유승민 의원의 ‘전권 비대위원장’을 요구하며 탈당 배수진을 치자, 친박계는 수용 불가를 외치며 강경파의 목소리가 커졌다. 특히 탄핵을 주도했던 김무성 전 대표와 유승민 의원에 대한 거부감을 강하게 나타냈다.
친박계 한 중진 의원은 “원내대표 경선에 참여해 놓고 지고 나서 승복하지 않은 채 탈당 운운하는 얘기는 민주주의 원칙을 무시하는 것”이라면서 “탄핵에 앞장섰던 의원들은 일단 정리를 하고 당을 추슬러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다른 친박계 재선 의원은 “유 의원이 대구·경북 맹주가 되려고 하다가 스탠스가 애매하게 됐다”면서 “지역 정서가 탄핵파에 안좋으니까 나가려고 명분을 만드는 것 같다”고 밝혔다.
반면, 비박계는 이날 당 비상대책위원장에 유 의원을 추천하고 당 운영의 전권을 줘야 한다는 데 대체로 의견을 모았다.
김무성 등 비상시국위원회에 참여했던 비박계 의원들은 이날 오전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잇따라 모여 유 의원이 비대위원장을 맡아야 하며 친박계가 이를 거부할 경우 ‘분당’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을 정리했다.
김 의원을 비롯, 비박계 의원 15명이 이날 오전에 의원회관에서 모였고, 오후에도 6선의 김 의원을 비롯해 정병국(5선), 이군현·주호영(4선), 강석호·권성동·김학용(3선) 등 중진급 의원들이 다시 모여 사실상 유 의원 추천이 비박계에서 공감대를 이룬 셈이다.
이들은 유 의원을 ‘전권 비대위원장’으로 추천하겠다는 의사를 대표 권한대행인 정우택 원내대표에게 전달하려 했으나 전화 통화가 안 돼 문자메시지로 통보했다고 정병국 의원이 기자들에게 전했다.
정 의원과 이 의원 등은 오후 모임에 앞서 유 의원과 만나 비대위원장 추천 관련 의견을 나눴으며, 이 자리에선 친박계가 유 의원 카드를 거부할 경우 집단 탈당하는 방안도 거론된 것으로 알려졌다.
/임춘원기자 lcw@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