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7년 12월 6일 이탈리아 나폴리에서 열린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 제21차 총회에서 수원 화성이 세계문화유산에 지정됐다. 화성을 세계문화유산으로 추천하고 조사한 국제기념물유적협회는 “화성은 18세기 군사건축물을 대표하는 것으로 유럽과 동아시아의 성곽 축조 기술의 특징을 통합했다는 역사적 중요성을 지니고 있다”고 평가했다.
세계문화유산 등재 20주년 맞아 역사적 의미는 물론이고 탁월한 예술적 가치를 가진 화성의 의미를 적극적으로 풀어내고자 김준혁 한신대학교 정조교양대학 교수는 ‘화성, 정조와 다산의 꿈이 어우러진 대동의 도시’를 펴냈다.
개혁군주를 꿈꿨던 정조에게 화성은 이를 이룰 수 있는 상징적인 의미였다.
따라서 조선의 문화적 역량을 총동원해 화성을 완공, 실제로 정조는 1804년 국왕의 지위를 양위한 후 상왕으로서 화성에 거주하며 양경체제(兩京體制)를 만들고자 했다.
뿐만 아니라 화성을 축성하고 해마다 화성으로 행차하면서 위상을 높이고자 했으며 화성 능행(陵幸)을 통해 통해 백성들의 사기를 북돋고 갈등과 분쟁을 해결했다.
1795년에는 혜경궁의 회갑연을 화성에서 개최함으로써 화성의 위상을 한층 향상시켰으며, 군왕과 백성이 하나라는 의식을 전했다. 또한 군사훈련을 통해 국왕의 강력한 힘을 보여주는 등 화성은 개혁과 탕평이라는 정조의 꿈이 실현되는 장이었다.
‘대동(大同)의 도시 화성’을 주제로 삼은 책은 정조 뿐만 아니라 화성을 설계한 다산 정약용에도 집중한다.
2부와 3부에서는 각각 ‘다산 정약용, 화성을 설계하다’, ‘화성, 정조와 다산의 풍운지회’를 주제로 정조와 다산의 꿈을 이야기하고, 그들의 인간 존중의 정신이 어떻게 화성에서 구현되었는지 밝힌다.
마지막 4장에서는 ‘우아한 철옹성 공심돈’, ‘아름다움의 극치 방화수류정’, ‘일곱 빛깔 무지개 화홍문’ 등 화성의 독특한 건축물과 시대정신을 살필 수 있는 글을 담았다.
즉위 초 시해당할 위기에 처할 정도로 미약한 왕권에서 출발한 정조는 우리 역사상 가장 위대한 개혁군주로 평가받고 있다.
이는 정조가 철저히 백성들의 지지를 바탕으로 개혁정책을 펼쳤기 때문이다. 그의 개혁에는 백성들이 누구나 부유해지고(戶戶富實), 화목하고 즐겁기를(人人和樂)를 바란 진심이 담겨있다. 책을 통해 화성에 담긴 다양한 의미를 알 수 있을 뿐 아니라 가난하고 소외된 사람들을 위해 눈물을 흘리고, 밤을 새워가며 새로운 정책과 대안을 마련했던 정조와 다산의 모습, 그리고 2017년 대한민국에 필요한 지도자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다.
/민경화기자 mk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