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A는 미국을 비롯해 전 세계를 움직이는 조직이지만 대중에 알려진 것이 거의 없다.
뉴욕타임스 기자인 마크 마제티는 미국 중앙정보국을 본격적으로 탐사한 ‘CIA의 비밀전쟁’을 펴내 CIA의 실상뿐 아니라 조직의 내부를 대중에게 소개한다.
이 책이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것은 2001년 9.11 테러 이후 미국이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에서 시작한 전쟁의 뒷면에서 CIA가 10여 년 동안 세계를 무대로 비밀리에 벌여온 대테러 전쟁이다.
저자는 이 전쟁을 통해 CIA가 단순한 첩보·정보기관에 머물지 않고 미국의 적으로 지목된 사람들을 직접 처단하는 군사조직으로 탈바꿈해온 양상을 차근차근 파헤친다.
아프가니스탄, 이라크, 예멘, 소말리아 등 세계 도처에서 빚어낸 CIA의 비밀공작을 다루지만, 그 중심은 파키스탄이다.
아프가니스탄과 국경을 맞댄 이 나라에서 미국과 CIA는 9.11 이후 알카에다를 끈질기게 추적, 2011년에 오사마 빈라덴을 사살하는 데 성공한다.
저자는 이 과정을 상세히 소개할 뿐 아니라 미국의 위세에 눌려 대테러 전쟁에 협력하면서도 숙적 인도에 맞설 방패로 테러조직을 은밀히 지원하는 파키스탄 정부 및 정보부의 움직임도 담아냈다.
뿐만 아니라 CIA와 협력하고 때로는 투쟁해온 국방부의 활동도 다뤄 단순한 CIA 연구를 넘어 21세기 미국에 만들어진 새로운 군사-정보 복합체를 총체적으로 살펴본다.
특히 21세기형 군사-정보 복합체와 관련해 새롭게 나타난 현상인 ‘전쟁의 외부 위탁(outsourcing)’에 주목한다. 이전까지 전쟁의 권한과 수단을 독점하고 있던 국가가 사기업과 개인들에게 전쟁을 맡기기 시작한 것이다.
이 책에는 한때 전쟁기업으로 유명했던 블랙워터를 비롯해 자신의 신념이나 이익, 심지어 CIA에 대한 앙갚음을 위해 미국의 전쟁을 나눠 맡은 다양한 개인들이 소개된다.
일련의 사건들을 통해 저자는 외부에 위탁된 전쟁이 인류의 운명에 미칠 영향이 무엇인지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책의 말미에 “미국이 벌이는 전쟁의 미래가 될 존재는 기업이고 사적 이익일 것인가? 정말 그렇다면 국가는 무엇을 위한 존재이고 국가 정보기관의 필요성은 어디에 있는가?”라는 전직 CIA 공작원 듀이 클래리지의 말을 통해 CIA, 혹은 국가가 해야할 역할에 대해 고민해야 함을 시사한다.
미국이 펼치는 대외 정책의 정당성에서부터 ‘국익’과 보편적 윤리와의 갈등, 정보기관의 바람직한 위치와 역할에 이르기까지 이 책은 독자에게 수많은 물음들을 던지게 한다. 미국의 거대한 영향력 아래 있고 국가 정보기관이 어떤 모습을 가져야 하는가에 관한 진지한 논의를 앞에 둔 지금, 이 물음들이 더욱 진지하고 심도있게 다뤄져야 한다는 것을 책을 통해 다시한번 상기하게 될 것이다.
/민경화기자 mk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