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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과 돌과 물이 어우러진 신비의 ‘삼매경’

채풍절을 앞두고 돈화시 사하연진 진달래계곡을 가다

 

다른 곳보다 개화시기 늦어
지금 계곡에 무더기로 꽃 피워

본격 개발된 관광지 아니어도
꽃피는 봄철 빼어난 경관 자랑

화산 영향 바위마다 구멍 숭숭
폭 20∼30m 주상절리 ‘신비’


“꽃이 질 때 돼야 봄이 가는구나”라고 생각하며 아쉬워했다던 어느 친구의 한탄처럼 봄을 한껏 느껴보지도 못했는데 벌써 곧 립하다. 도로옆에 피여난 꽃들이 어느새 떨어져 없어진 요즘에는 부쩍이나 가는 봄을 붙잡고싶어진다.

다행히도 위챗을 도배하는 꽃소식이 눈에 띄였다. 돈화시 사하연진 진달래계곡 채풍절(采風節) 관련 정보였다. 봄의 끝자락을 잡아보려는 심정으로 채풍절 개막을 하루 앞둔 3일, 진달래계곡을 찾았다. 그곳에서 그리고 그곳을 찾아가는 길에서 완연한 봄기운에 취해보는 행운을 누렸다.



■ 떨기떨기 피여난 화사한 진달래

벌써 늦은봄의 도심을 벗어나니 하늘도 푸르고 산빛도 푸르고 산중턱엔 연분홍빛이 감도는 온통 봄의 천국이였다. 들배나무, 자두나무에 흰꽃이 흐드러지게 피여났고 산살구나무에 망울 터친 꽃이 피다 못해 연분홍빛이 절정으로 치닫고있었다. 거기에 소나무잎의 진록과 활엽수의 신록, 자작나무의 회백색까지 더해져 가을 못지 않은 화려한 색감의 세상이 눈앞에 펼쳐졌다. 고속도로만 아니였다면 당장 갓길에 차를 세우고 그속에 잠간 머물고싶을 정도로 말이다.

그러나 유독 진달래의 진분홍빛만은 뜸했다. 벌써 져버린건 아닐가 하는 걱정을 앞세우며 도착한것이 돈화시 사하연진 진달래계곡, 잠간의 우려를 비웃듯 계곡 량쪽 언덕에 무더기로 떨기떨기 피여난 진달래꽃이 맞아줬다. 어찌나 많이 피여났는지 처음에는 감격스럽고 반갑다가 계곡길 내내 이어진 꽃에 나중에는 ‘좀 헤프게 피였군’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말이다.

온라인 홍보가 먹혔는지 대형차는 들어오지 못하도록 촌어구를 막아선 뜨락또르때문에 펄펄 날리는 먼지속을 걸어들와야 하는 상황에서도 알록달록 등산복을 차려입은 관광객들이 흔연히 걸음을 재촉하고있었다. 얼른 계곡우 옥수수밭앞에 차를 세우고 관광객들 틈에 끼여 계곡밑으로 내려갔다. 먼지바람 일던 계곡우와는 달리 계곡밑은 바람 없이 잠풍한것이 되려 한낮 해볕이 뜨겁게 내리쬐였다.

“4일전에 왔을 때만 해도 피지 않았던 진달래가 이렇게 많이 필수가?”

대석두진에서 왔다는 관광객의 감탄처럼 진달래계곡의 진달래는 다른 곳에 비해 조금은 늦게 피여난듯 했다. 그래서인지 푸른 잎이 받쳐주는 이곳 진달래는 유난히 진한 분홍빛을 자랑한다. 꽃잎에 반사된 해빛에마저 분홍빛이 돌 정도로 말이다. 보드라운 연두색 아니면 진달래의 진분홍빛으로 가득찬 진달래계곡은 분명 내노라 하는 명소는 아니다. 본격적으로 개발된 관광지도 아니다. 그러나 빼여난 경관을 감추고있는것만은 사실, 적어도 진달래꽃 피는 이 계절만큼은 그렇다.



■ 구멍 뚫린 돌과 ‘주상절리’

진달래계곡은 얼핏 보기엔 평탄해보이지만 직접 걸어보면 말 그대로 계곡이여서 울퉁불퉁했다. 꽃빛에 홀려버린 정신을 가다듬고 발밑에 흔들거리는 너럭바위를 조심스레 밟으며 앞으로 나아가야 하는 곳이다. 그렇게 아슬아슬 바위를 타다 흥미로운 점 하나를 발견했다. 집채만큼 큰 바위에서 손바닥만한 돌까지 하나같이 벌집처럼 구멍이 뻥뻥 뚫려있는것이였다. 돌 하나를 집어들었다. 모양은 부석과 흡사하지만 장백산에서 익히 봐온 부석에 비해 묵직했다. 겉에만 구멍이 뚫리고 속은 꽉 차있을것 같은 느낌으로 말이다.

나중에 알아본것이지만 장백산과 경박호 두 화산군가운데에 위치한 돈화시는 틈새 분출로 인한 독특한 지질 경관을 이루고있었다. 쉽게 말해 거대한 땅속 에너지가 장백산과 경박호 두 끝에서 분출될 당시 돈화시지역은 ‘맞장구’치는 격, 분출되는 에너지가 미미해 독특한 모양의 돌바위들만 형성된것이다.

구멍 뚫린 돌외에도 높이 5~6메터, 폭은 족히 20~30메터는 돼보이는 진달래를 이고 선 ‘주상절리’ 서너군데도 진달래계곡에 신비함을 더해줬다.

꽃과 돌과 물이 어우러져 만들어낸 진달래계곡은 투박해서 좋고, 막 깨여나 세수한듯 수수하고 겉치레 없어서 즐거움을 주는 곳이였다.

/글·사진=박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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