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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처입은 용, 2017년 한국서 날아오르다

1963년 동백림 사건 연루 한국서 사라져
7명 윤이상의 음악가·남편·국민 삶 엮어
몇몇 배우 과장된 연기 몰입 방해하기도
무대 상단 연주장면, 눈·귀 감상에 ‘탁월’

 

道문화의전당 윤이상 탄생 100주년 기념 연극

“민족을 위해 작곡하고 싶고 나의 문화, 전통이 있는 곳에 묻히고 싶습니다.”

음악가로서 당연한 일들을 작곡가 윤이상은 마음에 품고 미처 펼쳐내지 못한 채, 상처입은 용으로 하늘에 올랐다.

경기도립극단은 윤이상 탄생 100주년을 기념해 지난 8일 윤이상의 생애를 담은 연극 ‘윤이상: 상처입은 용’을 경기도문화의전당 소극장 무대에 올렸다.

1963년 사신도를 보기 위해 북한을 방문, 간첩으로 몰린 동백림 사건에 연루돼 대한민국에서는 음악가로서의 흔적을 더이상 남길 수 없었던 그가 2017년 무대에 올라 그토록 그리던 대한민국에서 울림을 전했다.

통영에서 태어난 윤이상(1917~1995)은 서독과 통일독일에서 활동한 대한민국 출신의 현대음악 작곡가이자 바이올리니스트, 기타리스트 첼리스트다.

1935년 일본 유학길에 오른 그는 강제 징용된 조선인들이 억압받는 모습을 보고 사회적, 정치적 의식을 갖게 됐고 독립운동을 하다 1944년 일제에 체포되기도 했다. 그의 삶을 바꿔놓은 것은 동백림 사건이다.

간첩으로 몰려 심문받는 50세 윤이상에서 시작하는 연극은 일본 유학시절, 통영에서의 어린시절, 부인을 만났던 30대까지, 윤이상의 삶에서 중요한 순간들을 교차적으로 다룬다.

“이념논쟁의 중심에 있었던 인물이었기에 여러 부분에서 접근하는게 겁이 났다”고 밝힌 이대웅 연출은 인물 윤이상과 사람 윤이상을 모두 담아내고자 했다.

사람 윤이상이 변화하게 된 계기는 일본 유학시절이다. 독립운동이라는 하나의 목표를 위해 힘을 모았던 동료들은 어느새 서로를 겨누게 됐고, 그렇게 대한민국은 타의에 의해 남과북으로 나뉘었다.

이는 앳된 모습으로 첼로연주를 시작한 윤이상의 주변이 어느새 총탄이 오가는 전쟁터로 뒤덮이게 표현, 그가 앞으로 겪게될 혼란스런 삶을 효과적으로 담아냈다.

그렇게 연극은 7명의 윤이상을 통해 음악가로서 남편으로서, 그리고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윤이상이 바랐던 삶을 차근차근 엮어낸다.

아쉬운 점도 남는다. 각각 다른 연령대의 윤이상을 연기하기에 하나로 연결돼야 하지만 몇몇 배우들의 과장된 연기로 몰입을 방해하기도 했다.

그러나 무엇보다 탁월했던 것은 공연에 등장하는 윤이상의 음악이다. 무대 상단에 연주장면을 넣어 귀로 들을 수 있을 뿐 아니라 눈으로도 감상할 수 있게 배려했다.

연극은 작가가 쓰고 연출가가 만들어낸 팩션이다. 진짜 윤이상의 삶이 무엇인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윤이상이 만들고 연주한 음악을 통해서는 그가 어떤 가치관으로 어떻게 살아왔는지 알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연극은 말미에 윤이상의 곡을 풀어내며 관객 스스로 그 답을 찾을 수 있도록 돕는다.

공연이 끝나고도 깊은 여운에 자리를 뜨지 못하는 관객들을 통해 2017년 윤이상이 우리에게 남긴 의미를 알 수 있었다.

/민경화기자 mk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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