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6.20 (금)

  • 흐림동두천 23.5℃
  • 흐림강릉 30.0℃
  • 서울 24.7℃
  • 대전 24.5℃
  • 대구 28.9℃
  • 흐림울산 27.3℃
  • 광주 26.0℃
  • 부산 23.5℃
  • 흐림고창 25.6℃
  • 흐림제주 29.7℃
  • 흐림강화 22.9℃
  • 흐림보은 24.4℃
  • 흐림금산 25.4℃
  • 흐림강진군 26.3℃
  • 흐림경주시 28.5℃
  • 흐림거제 24.1℃
기상청 제공

조연출 따라다니며 자신의 벽 허무는 여정

내일 공연인데 어떡하지?

 

사무실 등 백스테이지 투어

관객·배우 경계 허물고 몰입

무대 위 마주선 ‘벽’ 부수고

신나는 클럽파티 공연 성료

재밌고 의미있는 120분 선물


공연 하루전 벌어진 긴박한 상황을 관객들이 함께 쫓으며 체험한다. 체험형 공연이라는 생소한 장르지만 새로운 것이 주는 특별한 즐거움으로 관객들을 매료시킨다.

지난 22일 수원sk아트리움에서 열린 ‘내일 공연인데 어떡하지?’이야기다.

2013년 초연해 대학로 전석매진을 이루며 대중들에게 호평을 받은 바 있는 ‘내일 공연인데 어떡하지?’가 수원sk아트리움과 공동제작으로 수원에서 첫 선을 보였다.

‘롤 플레잉 게임’(Role-Playing Game)의 약자인 ‘씨어터 RPG’라는 부제를 단 공연은 100명의 관객이 조연출을 따라 다니며 함께 공연을 만들어간다는 기발한 설정에서 시작한다. 공연에 참여할 수 있는 관객은 단 100명. 4조로 나뉜 관객들은 카페, 사무실, 출연자 대기실, 연습실을 순차적으로 오간다.

각각의 공간에서는 배우, 연출, 작가, 스태프들이 등장해 대립하는 상황을 연기한다. 연출과 작가는 의견이 맞지 않아 공연을 엎자고 엄포를 놓으며, 배우들은 공연이 취소될 것을 걱정하며 조연출에게 불만을 토로한다. 신입배우라는 설정으로 그 상황에 함께한 관객들은 처음엔 무슨일인가 싶다가도 매번 혼쭐이 나는 조연출의 모습에 연민을 느끼며 공연이 제대로 치러지길 바랄 수 밖에 없게 된다.

각각의 장면이 끝나면 관객이 함께할 수 있는 게임이 이어진다. 텔레파시 게임, 훌라후프 돌리며 문제 맞추기, 연상게임 등 상황과의 개연성은 없지만 함께 문제를 풀며 관객들은 친밀감을 형성한다.

한 조를 이끄는 조연출은 각각의 상황에서 총알받이가 된다. 모든 문제가 조연출 탓인 것이다. 공연은 새로운 무언가를 시작할 때 누구나 겪는 성장통을 조연출을 통해 드러낸다. 뿐만 아니라 자신 앞에 놓인 벽을 깨고 한걸음 나아가고자 하는 조연출의 모습을 통해 우리가 겪고 있는 어려움을 어떻게 극복할 수 있을지 생각하게 한다.

 


억지스러울 수 있는 설정이지만, 4개 공간을 함께 다니며 게임을 같이한 관객은 상황에 몰입할 수 밖에 없다.

공간을 모두 돌고 도착한 곳은 무대 위다. 우여곡절 끝에 공연을 무대에 올릴 수 있게 된 것이다. 무대 위에 선 관객은 게임을 하며 나에게 벽이라고 생각한 것들을 적은 종이를 스크린을 통해 마주한다. ‘입시, 다이어트, 취직, 홍준표’ 등 현실적이면서 재미있는 단어들이 스크린을 채운다. 이윽고 무대 위에서 잔뜩 떨어진 공을 스크린을 향해 던지며 관객들은 벽을 깨고자 하는 의지를 힘차게 표출해 내고 신나는 클럽 파티를 즐긴다. 걱정했던 공연이 성황리에 막을 내린 것이다.

‘내일 공연인데 어떡하지?’는 재미있으면서 의미있는 120분을 관객들에게 선물한다. 엔딩 크레딧에 오르는 출연진 명단에 관객 각각의 이름을 적은 제작진의 세심한 배려도 이 공연을 꼭 체험해 봐야 하는 이유 중 하나다.

/민경화기자 mkh@

 

 









COVER 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