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학교에서 집으로 가는 민철이의 마음은 즐겁지 않다. 어젯밤 부부싸움을 한 엄마와 아빠는 오늘도 대화 한마디 하지 않고 냉랭한 분위기로 집안을 채울게 뻔하기 때문이다.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리면 어떨까’라는 생각으로 가득찬 민철의 발걸음은 무겁기만 하다.
한편 준성이는 약한 아이들을 괴롭히는 용준이 때문에 학교에서 왕따를 당하고 있다. 자신의 바람막이 점퍼를 가져가서 돌려주지 않는 용준에게 점퍼를 달라고 말하는 것은 준성이에게 너무나 괴로운 일이다.
그러던 어느날, 민철이는 준성이를 만나 서로의 고민을 털어놓게 된다. 이야기를 들은 민철이는 자신보다 더 큰 고통을 겪고 있는 준성이를 위해 용준이를 만나기로 결심하고, 세명의 친구들이 다시 학교에서 웃으며 지낼 수 있길 희망한다.
학교폭력과 집단 따돌림 문제가 심각해지면서 이를 중재할 또래 친구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1983년 미국 롱아일랜드 브라이언트 고등학교에서 생긴 ‘또래중조’ 개념이 주목받고 있다.
‘또래중조’는 친구들 사이에서 일어나는 갈등을 또래가 조정자가 돼 대화를 통해 해결하도록 돕는 활동을 말한다.
실제로 이 제도를 시행한 후 학교폭력이 줄고 학생들의 태도나 인간관계가 회복되는 효과가 나타났고, 지금은 미국 초·중·고등학교 대부분에서 이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2011년 교육과학기술부가 수도권 일부 학교를 시범학교로 지정하면서부터 학교 현장에 적용되고 있다.
‘도와줘! 친구야’는 학교생활에 어려움을 겪는 아이들에게 필요한 ‘또래중조’에 대한 이야기를 담은 책이다.
아이들의 갈등은 바로 아이들이 가장 잘 안다는 점에서 또래중조 제도는 현실적으로 매우 유의미하다. 어른들이 갈등의 내용을 파악하기 전에 이미 아이들은 갈등의 원인을 인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또래 조정자는 갈등이 더 커지거나 번지기 전에 이를 막거나 해결할 수 있다.
이렇게 문제가 해결되면 아이들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이 향상됨과 동시에 학교폭력이 감소하고 평화로운 학교 문화를 만들어 나갈 수 있다.
‘또래중조’의 방법과 의미, 그리고 소통의 과정을 생생하게 담은 책은 독자들에게 또래중조의 정신으로 가정과 학교, 그리고 지역사회에서 문제를 직접 해결해 볼 수 있는 용기와 방법을 알려주는 현명한 길잡이가 되줄 것이다.
/민경화기자 mk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