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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 지위로 분석한 인류의 세계사

차별∼빈부격차까지 역사 꿰뚫어
어린이 사회적 인식 사례 등 소개

 

한 국가나 문명 공동체가 어떤 사회인가를 알려면 그 속에 살고 있는 아이들을 살펴보기만 해도 된다고 할 정도로, 어린이는 문명과 사회의 수준을 보여주는 바로미터이다. “아이 하나를 키우려면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말처럼 어린이의 행복은 기초적인 사회복지의 시금석인 것이다.

한국 사회 역시 아동복지와 교육, 인권에 대해 관심이 높지만 여전히 어린이를 어리고 미성숙한 존재로 인식하고 있다.

미국역사학회 회장과 대학입시(AP) 위원장을 역임한 피터 스턴스 교수는 ‘어린이’를 어엿한 시민으로 새로 인식해야 한다고 강조하며 역사속에 등장한 어린이의 흔적을 소개한다.

그가 펴낸 ‘인류는 아이들을 어떻게 대했는가’는 ‘어린이’를 주인공으로 등장시켜 인류의 경험을 새로운 눈으로 추적했다.

이 책은 유아기에서부터 아동기, 사춘기까지 ‘미성년자’ 시기 전부를 포괄하는 의미에서 어린이의 세계사이며 육아와 교육, 보건의료 등 가족과 사회의 역할부터 유아사망, 성 문제와 출산, 체벌, 노동과 소비, 차별과 빈부격차에 이르기까지 아이들의 처지에서 역사를 꿰뚫는다.

책은 어린아이를 포대기로 감싸는 행위를 소개하며 문을 연다. 4천여 년 전 중앙아시아에서 시작된 이 풍습은 이동하면서 일해야 하는 부모들에게 아이를 효과적으로 돌보는 더 없이 좋은 방법이었다.

오늘날까지 중국이나 러시아, 중동 지역에 이르기까지 전 세계적으로 이런 풍습이 이어져 오고 있지만, 한때 유럽에서는 서양 사회의 하층계급을 포함해 포대기를 사용하는 행위를 두고 근대성과 배려가 결여돼 있다고 공격했다.

어린이를 바라보는 관점이 얼마나 다양할 수 있는지, 얼마나 관념적이고 편견에 빠질 수 있는지를 독자들에게 먼저 보여 주고 싶었던 것이다.

또한 책은 어린이의 지위를 크게 바꿔 놓은 세 차례의 큰 변화를 강조한다.

가장 큰 변화는 수렵채집 사회에서 농업 사회로 넘어온 시기이고, 두 번째는 근대 산업사회의 탄생, 세 번째는 사람과 상품, 온갖 정보와 유행이 국경을 넘는 20세기 말의 글로벌 시대이다.

그런 가운데 시대와 장소를 뛰어넘어 자식을 사랑하는 부모의 본성은 시대와 공간을 뛰어넘는 인류의 보편성이라는 사실도 놓치지 않는다.

어린이에 대한 사회의 인식이 전근대와 근대사회에서 큰 차이점을 보인 사례도 소개한다.

저자는 “아동이란 근대 가족제도의 출현과 더불어 발명된 개념”이라고 한 프랑스 역사가 필리프 아리에스의 주장에 대해 “아리에스를 둘러싼 전반적인 논쟁은 완전히 끝나 버려서 더 이상 언급할 만한 가치가 없다”고 비판하며 어린이는 ‘순수하고 나약한 존재’라는 설정을 일종의 이데올로기에 불과하다고 주장, 책을 통해 ‘근대적 모델’의 허구성을 파헤치며 인류의 태동에서부터 21세기 초까지 끈기 있게 밀고 나간다.

이처럼 ‘인류는 아이들을 어떻게 대했는가’는 21세기 현대사회가 안고 있는 중요한 어젠다를 세계사를 통해 보여줌으로써 인류의 미래를 좀 더 인간답게 만들 수 있는 출구를 열어 준다.

/민경화기자 mk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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