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공동주택 세대 내에서 일어나는 간접흡연 피해를 막고자 경비원 등이 이를 저지할 수는 법적 근거를 마련했지만 최근 ‘경비원에 대한 갑질’ 논란이 계속되면서 이들에 대한 또 다른 피해 우려가 커지고 있다.
28일 국토교통부 등에 따르면 정부는 지난 9일 아파트 간접흡연 피해를 줄이기 위해 경비원 등 아파트 관리자가 실내 흡연을 저지할 수 있도록 하는 ‘공동주택관리법’ 개정안을 공포했다.
이에 따라 앞으로 경비원 등 아파트 관리 주체가 입주민의 신고를 받으면 실내 흡연이 의심되는 가구에 들어가 사실관계를 확인할 있으며, 실내에서 담배를 피우지 못하도록 계도 조치할 수 있다.
그러나 경비원을 상대로 한 입주민들의 폭행 사건 등 도 넘은 횡포가 끊이질 않는 상황에서 정부가 내놓은 이같은 대책으로 인해 애꿎은 제2의 피해자만 양산하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실제 올 4월 강원도 춘천시 내 한 아파트 경비원이 주차된 차량을 이동시켜달라고 입주민에게 요청하자 ‘왜 불러서 귀찮게 하느냐‘며 수차례 폭행 당하는 사건이 일어났다.
또 앞서 지난해 8월에는 파주시 내 한 아파트에서 자신의 집 문을 빨리 열어주지 않는다는 이유로 경비원 C씨를 폭행하는 사건이, 같은해 9월에는 광주시 내 한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경비원 A씨가 근무 매뉴얼에 따라 큰 소리로 전화 통화하면 다른 입주민에게 피해를 줄 수 있다고 입주민 B씨를 제지하자 A씨를 주먹으로 때리고 담뱃불로 뺨을 세 차례 지진 충격적인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다.
도내 한 아파트 경비원은 “지금도 층간소음 문제나 주차문제 등으로 입주민에게 양해를 구할 때면 욕설을 듣는 경우도 있고, 혹여나 해코지를 당하지 않을까 겁이 난다”며 “이런 상황에 경비원이 흡연을 제지할 수 있도록 법적 근거를 만들었다고 해도 실효성이 의문이고, 폭행이나 당하지 않으면 그나마 다행일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아파트 관리사무소 관계자는 “(공동주택 관리법 개정 관련)잘 모르는 내용이지만 공동주택의 왕은 아직도 입주민”이라며 “하인 부리듯 대하는 일부 입주민들로 인해 다수의 경비원들이 고통받고 있는데 우리가 담배 피우지 말라고 입주민들 한테 말 한다는 것 자체가 사실상 어려운 일”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국토부 관계자는 그동안 공동주택 간접흡연은 층간소음과 달리 명확한 제재 기준이나 규정이 없었다”며 “공동주택관리법 개정안은 입주민 간 분쟁을 조정할 수 있는 경비원 등 관리주체가 중간자 역할을 할 수 있도록 근거를 마련하게 된 것이다. 앞으로 발생하는 문제점 등에 대해선 고쳐나갈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상훈기자 ls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