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각예술에서 몸은 선사시대의 동굴벽화에서부터 페미니즘을 필두로 한 현대예술에 이르기까지 예술사에서 친숙한 주제로 다뤄져 왔다.
그러나 사회적 조건 속에서 몸은 의미와 기능을 부여받는 가시적인 대상으로 인식, 미적 이상을 구현하거나 욕망을 상징하는 도구로 작용했다.
파주에 위치한 아트스페이스 휴는 문화적 맥락이나 사회적 조건이 부여되기 이전의 몸으로 되돌아가서 물질적 실존으로서의 몸을 탐색하고자 ‘몸의 아 프리오리’ 전시를 다음달 19일까지 개최한다.
전시는 고등어, 이민호, 지니유 작가가 참여했다.
고등어 작가는 타자의 응시와 관계에서 구성
되는 신체의 불안과 고통을 매혹적인 도착적 감수성으로 탐구해 왔으며, 이번 전시에서는 내면의 억압들과 갈등하고 분투하는 몸들을 대형 연필드로잉 작업들을 통해서 선보인다.
실재하는 사물과 공간의 낯선 얽힘을 통해 독특한 사진의 회화적 이미지를 구축해 온 이민호 작가는 전시에서 날것의 몸이 드러내는 분열과 불화의 형상들을 사진과 회화의 교차 작업을 통해서 제시한다.
한국계 캐나다 작가인 지니유는 회화의 물질성과 형식들이 차지해 온 권위와 권한을 박탈하고 변성하는 개념적 작업을 펼쳐왔으며, 이번 전시에서는 이민자라는 정체성의 불안정성에서 출발해 우리 모두가 공유하는 인간적 실존의 연약성을 제의(祭儀)로 은유화한 영상작업을 펼쳐낸다.
아트스페이스 휴 관계자는 “세 작가의 다양한 접근방식을 통해서 펼쳐지는 ‘몸의 아 프리오리’는 감각하는 물성으로서의 살들을 환기시킴으로써 지금 여기 우리의 의식이 망각하고 있는 살아있음의 동물적 무거움과 존재의 한없는 가벼움을 일깨워줄 것”이라고 전했다. 토·일요일 휴관.(문의: 031-955-1595)/민경화기자 mk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