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의 경이로움과 지나온 시간을 담은 식물들을 현대미술 작품들로 만날 수 있는 ‘보태닉 가든’ 전시가 다음달 10일까지 신세계갤러리 인천점에서 열린다. 자연을 채집하는 행위는 인류의 역사와 함께 해 왔다. 과거 의식주를 위한 행위였던 식물 채집은 영역이 확장돼 미적 가치의 재현, 더 나아가 문명의 흐름을 반영하면서 시대의 풍경을 담을 수 있는 가능성을 지니게 됐다.
금계국, 비수리, 서양미역취, 자리공 이파리 등 낯설고 버려진 땅에 새롭게 자리잡고 서식하는 귀화식물은 작가 나현에게 하나의 언어로 은유된다.
난지도의 귀화식물을 채집해 이를 건조하고 압화, 드로잉 과정을 거친 ‘식물채집-난지도’ 작업을 전시에서 선보이는 나현 작가는 서울의 난지도를 독일 베를린 악마의 산으로 연결시키고 이를 인간의 오만함을 보여주는 바벨탑의 유적으로 비유한다.
새로운 언어로서의 귀화식물을 채집한 이 작업에서 인간과 자연의 관계, 지난 역사를 바라보며 삶의 진실을 찾고자 하는 작가의 사색이 드러난다.
또한 이번 전시에서는 작은 꽃잎 하나, 잎사귀 하나, 뿌리 등 실제 식물을 관찰하고 오랜 시간에 걸쳐 정교하게 이를 재현해내는 작가 구지연의 식물세밀화도 소개된다.
기록에 초점을 두는 식물세밀화 작업은 사라져가는 식물 종을 기록, 재현하는 학술적인 의미도 지니고 있으며 작가의 한국화적 특징이 더해져 예술적 의미 역시 지닌다.
제주한란, 각시붓꽃, 광릉요강꽃, 칠석정 등을 재현한 구지연 작가의 식물세밀화는 예술적 가치를 지니며 화폭 안에서 다시 새롭게 살아나는 식물을 통해 관람객들은 생동하는 생의 아름다움을 경험하게 된다.
전시 관계자는 “식물 이미지로 가득한 공간과 자연의 하얀 여백과 같이 비워진 공간이 전시장 안에 채워진다. 은유적인 예술의 사색들을 식물을 통해 보여주는 현대미술작품 속에서 치유와 안식의 시간을 가져보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민경화기자 mk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