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설
한중 관계 정상화 합의
한국과 중국 양국이 31일 정상회담 개최 등 관계 정상화에 전격 합의함에 따라 1년 4개월여간 ‘사드뇌관’으로 꽁꽁 얼어붙었던 양국 관계가 해빙 모드로 접어들며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양국은 문재인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다음 달 10∼11일 베트남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정상회담을 하기로 했다.
특히 한중 양국의 ‘사드 합의’가 정상회담 개최 불과 10여일 전에 발표된 것은 ‘사드 파고’를 넘어 양국의 교류협력 강화를 통한 정상적인 관계 복원이 시급하다는 문 대통령과 시 주석의 현실 인식과 상호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졌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중국으로서는 지난 24일 폐막한 당 대회를 통해 ‘시진핑 2기 집권 체제’를 공고히 다졌고, 이를 토대로 주변국과의 선린우호 관계를 더욱 발전시켜야 할 입장에 처했다.
한국 역시 사드로 인한 경제·문화적 피해 상황 타개가 중요한 데다, 새 정부로서는 이전 정부에서 비롯된 갈등 요인을 하루속히 해소할 필요성이 대두했다.
양국이 이날 동시 발표한 협의 결과에 한반도 사드배치 문제에 대한 기존 입장을 그대로 담으면서도 ‘교류협력 강화가 양측의 공동 이익에 부합된다는 데 공감’한다고 밝힌 것은 사드에 대한 양국의 입장이 다르더라도 더는 이 문제가 양국의 미래지향적 관계에 발목을 잡아서는 안 된다는 절박감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입장은 입장이고 현실은 현실로, 입장에 대해서는 양국이 말할 내용을 밝히고 그 다음에 한중관계 개선을 위해 확고한 의지를 표명하자는 것을 양국이 공유했다”며 “사드 문제는 이 선에서 끝낸다는 메시지”라고 말했다.
양국이 더는 사드 문제를 재론하지 않기로 함에 따라 10여일 앞으로 다가온 문 대통령과 시 주석과의 정상회담에서도 이 문제는 의제에 오르지 않을 전망이다.
대신 중국의 ‘사드 보복’으로 뒤틀려온 경제·문화 분야 교류의 정상화를 통해 양국 관계를 급속히 발전시킨다는 데 의견을 모을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중국이 사실상의 사드 보복 조치로 우리 경제에 작지 않은 타격을 줬음에도 이에 대한 아무런 ‘유감’ 조치가 없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번 합의는 우리 측이 양보한 측면이 강하다. 오히려 중국이 이른바 ‘삼불(三不)’ 정책을 내세워 자국의 핵심 이익만 지키려 했다는 인상을 지우기 어려워 보인다.
더욱이 청와대가 이번 사드 합의를 ‘봉인’이라고 표현했지만 사실상 ‘봉합’으로 미봉책이 될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사드배치 명분이 북한의 도발에 대한 대응이라는 측면에서 북한 도발의 지속성과 강도에 따라 사드 추가 배치 가능성이 완전히 닫힌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게다가 핵추진 잠수함 등 미국 전략자산의 한반도 수시 배치가 추진되는 상황에서 중국이 이를 문제 삼아 ‘제2의 사드 갈등’이 재연될 개연성도 배제할 수 없는 만큼 각별히 경계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임춘원기자 lc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