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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조의 원행을묘 백리길] 한강대교 앞에 서서…

 

용산나루는 전국에서 배로 운송한 조세의 집산지로서 군자감의 창고, 훈련도감의 별영창 등 규모가 큰 나라의 창고가 집중되어 있었다. 이런 용산나루로 내려가는 길은 남영역사거리에서 서남쪽으로 나누어지는데, 지금의 원효로다. 동재기나루 가는 길은 지금의 삼각지고가도로 서쪽 시작점 부근에서 갈라져 너푸내(蔓草川)를 건넜다. 노들나루 가는 길은 더 남쪽으로 내려가 너푸내다리(蔓草橋)를 건넜는데, 1905년에 부산으로 가는 출발역으로 넓게 자리 잡은 용산역이 개통되면서 그 위치를 알 수 없게 됐다.

 

이 구간에서 옛길의 상당 부분이 사라져서 어쩔 수 없이 선택을 해야 한다. 청파로를 따라가다가 경부선 철도 위의 삼각지고가도로를 넘는 것이 옛길에 가장 가깝다. 삼각지고가도로는 오르내리는 계단과 보도가 있어 걷기에 불편하지 않다. 이쯤 어디에서 갈라진 길이 너푸내를 건너 동남쪽의 동재기나루로 이어졌지만 지금은 그 흔적을 찾기 어렵다. 고가도로를 내려와 230m쯤 가면 삼각지사거리에서 한강대로를 만나고, 남쪽으로 꺾어 직선으로 쭉 내려가면 한강대교다.

 

드디어 깊고 푸른 물이 출렁이는 한강이다. 서남쪽을 바라보면 우뚝우뚝한 빌딩이 멋진 여의도고, 정 남쪽은 관악산(632.2m)의 기운이 하늘로 치솟으며, 동남쪽은 우리나라 최고의 부촌 강남이 으리으리하다. 그 가운데 왕복 8차선의 1005m 한강대교가 시원스레 쭉 뻗어 있다. 앞쪽으로는 잘 단장된 노들섬이 선명한데, 그 사이의 한강 폭이 꽤나 넓다.

 

한강에 놓인 영구적인 첫 다리는 기차가 검은 연기를 뿜으며 칙칙폭폭 건너던 1900년의 한강철교이고, 두 번째가 사람이 걸어서 건널 수 있어 인도교(人道橋)라 불렀던 1917년의 한강대교다. 을축년대홍수, 한국전쟁, 빠른 경제성장 등 여러 우여곡절을 겪고 우리 앞에 서 있는 한강대교를 바라보면, 원행을묘 백리길을 걷는 이 누구라도 감격에 겨울 것 같다. 와~ 여기가 그 유명한 배다리가 놓였던 곳이구나! 하지만 좀 성급하다.

 

옛날 한강의 일상적인 물길은 지금보다 훨씬 좁았다. 1982년 9월에 시작하여 1986년 9월에 끝난 한강종합개발사업의 결과로 지금의 한강이 만들어졌다. 한강의 범람을 막기 위해 바닥을 깊이 파냈고, 돌아가던 물길을 최대한 직강화 했다. 잠실 같은 곳은 남쪽의 본류가 석촌호수로만 남고 모두 메워졌으며, 평상시엔 작은 물길과 모래사장이다가 홍수 때만 큰 물길로 변했던 잠실 북쪽의 새내(新川)가 본류로 바뀌었다. 더불어 평상시에도 한강 물이 넓고 깊게 출렁일 수 있도록 한 공사가 있었는데, 바로 ‘물속에 있는 둑’이란 뜻의 수중보(水中洑)다.

 

한강에는 1986년의 잠실수중보와 김포대교 바로 아래쪽에 건설한 1987년의 신곡수중보 2개가 있다. 두 수중보가 평상시에도 많은 물을 가두어 한강 물길의 폭이 옛날보다 세 배는 넓어졌다. 한강대교 북단에서 노들섬까지 원래는 엄청 넓은 모래사장이었고 홍수 때만 물이 넘쳐흘렀다. 갈수기인 윤2월 9일에 출발한 정조의 원행을묘 행렬은 한강 북단에서 노들섬까지 걷거나 말과 가마를 타고 유유히 행진했다. 지금은 그 모래를 파내 깊어지고 신곡수중보에 갇힌 물이 늘 가득 차 있어, 어떤 이는 호수라고 하지만 우리 눈엔 안 보여도 한강 물은 계속 흐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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