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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기 모르는 열정맘… 기능성 속옷으로 100년 가업 ‘첫 발’

2017 소상공인지원사업 ⑭ <끝>
파주 매직덩크 김 혜 경 대표
지 용 한·지 용 휘 대리

 

피부가 약하던 쌍둥이 아들에게 좋은 것만 해주고 싶어서 친환경적인 사업을 시작하게 된 엄마가 있다. 자연에서 온 재료로 만든 천연 수제비누를 18년가량 다루다가 올해부터는 기능성 남성 속옷으로 사업을 확장시키기까지 한 열정 가득한 엄마다.

20대부터 건축업, 부동산 경리, 화장품 외판원, 농산물 판매 등 손을 거치지 않은 일이 없었다. 일회용 기저귀를 한 번 쓰고 버리는 것조차 아까웠을 정도로 어려운 시기도 있었지만 천연비누 사업이 순항을 타면서 힘든 순간은 끝나는 듯 했다.

그러나 역경은 또 찾아왔다. 중국에서 제품이 카피돼 국내로 역수출되고, 유통판로를 확보하는 데도 난관을 겪으면서 2015~2016년 파산신고와 개인회생을 권유받을 정도에 이른 것이다. 그런 엄마의 뒷모습을 보며 자란 아들들은 장성해 사업을 이어받기로 했다. 결코 사업만큼은 하지 않겠다던 마음을 바꿔 어머니를 돕겠다는 의지다.

이에 엄마는 포기하지 않고 사업을 키워 현재의 성과를 냈다.

천연비누 브랜드 ‘별님아씨’와 기능성속옷 브랜드 ‘매직덩크’를 함께 운영 중인 김혜경(52) 대표와 지용한·지용휘(26) 대리가 주인공이다.

中 카피로 역수출·판로확보 난관
작년 파산신고·개인회생 권유까지

언제 어디서나 편히 입는 속옷 목표
천연섬유 활용해 미생물 번식 억제
압박감 없는 극세사 밴드로 만들어

경영지식·장수기업 현장탐방 등
道 소상공인 가업승계 지원 받아
가업승계 거부하던 아들이 파트너로


파주시 소라지로 264에 위치한 매직덩크는 올 6월 정식 오픈했다. 495㎡(약 150평) 규모의 매장에는 쇼룸과 피팅실, 창고 등이 넓게 갖춰져 있고 동시에 제품 개발을 위한 사무실 등이 있어 한 공간에서 판매와 보관, 사무업무 등을 총괄한다.

매직덩크의 김혜경 대표는 기존에 ‘별님아씨’라는 다른 사업을 꾸리고 있었기에 사실 언더웨어 시장에 도전해 볼 생각이 없었다고 했다.

단지 ‘집에 가자마자 불편해서 벗어버리는 속옷’이 싫어 언제 어디서나 편하게 입고 있을 수 있는 속옷을 만들 계획이었다.

김 대표는 “당초 출시·판매 목적이 아니었지만 상품을 개발해보니 생각보다 반응이 좋아 특허까지 내게 됐다”고 배경을 전했다. 매직덩크 제품은 천연섬유를 활용해 미생물 번식을 억제하고 압박감이 없는 극세사 밴드로 만들어졌다는 특징이 있다. 현재 특허 상품은 3가지이며 디자인·상표등록을 마친 것도 총 30여 가지에 달한다.

창업을 결심한 과정에는 한 유통업체 대표가 김 대표의 사업성과 역량을 눈여겨보고 새로운 창업을 제안해 힘을 실어준 영향도 컸다. 김혜경 대표는 “하늘이 도왔다”며 첫 마디를 떼곤 “투자를 통해 날개 달고 시작할 수 있게끔 도와주셔서 앞으로 좋은 결과를 내 보답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러한 이유 때문인지 매직덩크가 무엇보다 비전으로 삼고 있는 것은 ‘사람답게 살기’다. 과학 기술이 발달할수록 아날로그에도 관심을 갖고, 자연 본능을 살려 감성을 섞어 넣자는 모토다.

별님아씨에서도 3천여 개 비누 디자인을 직접 개발해왔던 김 대표는 매직덩크 역시 ‘감성’을 담아 각양각색 디자인을 만들어 내야한다고 다짐한다.
 

 

 

 


최근에는 아무래도 별님아씨보단 매직덩크에 주력하는 중이다.

김 대표는 “매직덩크가 태어나기까지 우여곡절이 많았던 만큼 지금은 별님아씨보다 매직덩크에 집중하려한다”면서도 “별님아씨는 곧 ‘나’다. 18년 세월을 함께 해 자식 하나를 길러낸 듯 애착이 크다. 매직덩크가 어느 정도 자리를 잡게 되면 별님아씨도 꼭 제대로 키워내겠다”고 강조했다.

이처럼 사업이 확장돼 나가자 신뢰할 수 있는 전문 인력이 충원됐으면 하는 바람도 있었다. 넌지시 쌍둥이 아들들의 의견을 물으면 ‘절대 물려받지 않겠다’는 답이 돌아왔다.

장남인 지용한 대리는 “워낙 고생하는 모습을 많이 봐 학창시절부터 부득이하게 도울 수밖에 없었는데 그럴 때마다 사업은 전혀 이어받지 않겠다고 생각했다”며 “저라도 안정적인 직장을 잡는 게 좋겠다고 여겼지만 여러 상황을 돌아보고 종합해보니 가업을 이어받는 쪽으로 선택하게 됐다”고 말했다.

지 대리는 “사업이 스트레스이자 고민, 부담감이었는데 취업 준비 과정에서 자기소개서를 작성하다보니 그 고충이 제 무기이자 자산인 것을 알게 됐다”면서 “하고 싶었던 일이 바로 옆에 있었다는 걸 깨닫고 우선 관련 경험부터 쌓기 위해 다양한 프로그램들을 찾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그때 지 대리는 경기도경제과학진흥원 소상공인지원센터의 ‘소상공인 가업승계 지원사업’을 알게 됐다.

이는 소상공인이 가업승계를 통해 100년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경영지식 및 장수기업 현장탐방 교육, 네트워크 구축 등을 체계적으로 지원하는 사업으로, 매직덩크에게 제격이었다.

김 대표는 “그런 지원사업이 있는 줄도 몰랐고 아들이 얼마나 진심으로 다가오는지도 느끼지 못 했는데 그때 사업에 대한 꿈이 있다는 것을 봤다”면서 “공과 사를 구분해야 성공하지만, 제 뒷모습을 보고 따라와 준 것 자체가 큰 감동이자 응원이었고 고마웠다. 어느덧 사업한 지 20년이 됐으니, 50년을 넘어 100년 기업이 되는 날이 있길 바란다”고 웃으며 말했다.

매직덩크의 장차 포부는 패션전문브랜드로의 발돋움이다. 언더웨어로의 입지를 굳힌 뒤 남성·여성·아동의류를 아우르고 국내를 넘어 해외에도 매직덩크만의 향과 감성을 전달하고 싶다는 각오다.

김혜경 대표는 “일하는 게 재미있다. 명품 가업으로의 한 발자국은 뗀 것 같아 더욱 즐기면서 발전하는 곳이 되겠다”며 “누구나 옷장 속에 매직덩크 제품이 하나씩 자리하는 날이 오도록 최선을 다 하겠다”고 덧붙였다.

/이연우기자 27yw@

/사진=김수연기자 foto.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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