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이 시대의 화두로 떠오른지 오래 디지털 이상주의자들은 인공지능이 발달해 인간 수준에 이르는 것은 시간문제이며, 그것은 인류 번영을 보장한다고 주장하는 반면, 기술 회의론자들은 그렇게 고도로 발달한 AI는 등장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인공지능이 엄청나게 발전하고 있다는 사실은 동의하지만 얼마나 더 발전할지, 어떤 세상을 만들지에 대한 전망은 합의되지 않는 것이다.
MIT 물리학과 교수 맥스 테그마크는 인공지능이 도래할 미래를 준비하는 ‘생명의 미래 연구소’를 설립해 연구를 이어왔다.
그는 ‘맥스 테그마크의 라이프 3.0’을 통해 물질이 지능을 갖게 된 시점부터 시작해 기억, 연산, 학습 등 지능과 연관된 개념을 정리하고 인류가 이를 바탕으로 쌓아온 역사 그리고 앞으로 인공지능과 더불어 만들어갈 시간을 펼쳐보인다.
맥스 테그마크는 생명을 세 단계로 구분한다.
라이프 1.0은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모두 진화의 방식을 통해서만 발전하는 생명 형태이다. 라이프 1.0 단계의 생명들은 진화를 통해서만 새로운 상황에 적응할 수 있다. 쥐는 학습 능력이 있지만 그리 정교하지 않으며 그것을 세대에 걸쳐 전달하지도 못한다. 저자는 이러한 동물은 라이프 1.1 정도의 단계라고 정의한다.
라이프 2.0은 하드웨어는 진화하지만 소프트웨어는 설계할 수 있는 생명 형태이다. 인간은 성장하고 학습하면서 소프트웨어를 설계할 수 있다.
이를테면 우리는 어릴 때 받은 교육에 따라 한국어를 말할 수도 있고 영어를 말할 수도 있으며 둘 다 할 수도 있다. 이렇게 설계한 소프트웨어를 다음 세대에 전달할 수도 있다. 라이프 2.0 시대에 이르러 지구상에는 진정한 문화가 등장했고 지식과 기술이 폭발적으로 발전했다.
라이프 3.0은 소프트웨어는 물론 하드웨어도 설계할 수 있는 생명 형태다. 라이프 3.0 생명은 소프트웨어를 설계한 능력을 바탕으로 자신의 하드웨어를 업그레이드할 수 있다.
치아를 임플란트로 바꾸거나 심장박동기를 설치하는 식으로 하드웨어의 일부를 설계할 수 있다.
현 세대 인간은 라이프 2.1 정도의 존재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10배로 키를 늘리거나 1천배로 뇌 용량을 늘리는 것은 불가능하다. 라이프 3.0은 이런 것까지 가능한, 궁극적인 생명 형태다.
맥스 테그마크가 라이프 3.0을 언급하는 것은 미래에 개발될 인공지능이 라이프 3.0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초지능에 가까운 인공지능이 등장할지에 대한 질문에 테그마크는 ‘모른다’고 고백한다. 다만 그런 인공지능이 등장할 가능성을 무시할 수 없다면, 그 가능성에 대비해야 한다고 역설한다.
저자는 AI의 이로운 활용을 추구한다.
따라서 책을 통해 인공지능 시대에 펼쳐질 가능성을 탐구하는 한편, 독자들이 그러한 대화에 참여해 자신의 의견을 발언할 것을 권한다.
인공지능의 영향을 받는 것은 연구자들만이 아니다. 평범한 우리 모두가 영향을 받을 수 있기에 그것을 만들어갈 미래를 함께 고민해야 한다고 저자는 강조한다.
/민경화기자 mk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