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드미드는 어릴 적 고향에서 사고를 당한 뒤 기억을 잃고 부모의 손에 이끌려 고향을 떠나게 된다.
이후 은퇴를 할 때까지 삶에서 행복을 찾을 수 없었던 그는 고향에서 경험한 두 가지 기억을 떠올린다.
고향 마을 에알룸에 있었던 거대한 철 무지개와 이를 관리했던 로봇 아루스다.
방학을 맞은 손녀 루알렌의 부탁으로 고향으로 가는 기차에 올라탄 위드미드는 그곳에서 행복을 찾을 수 있다는 확신을 갖게 된다.
위드미드와 루알렌은 힘들게 찾아간 물래마을의 루세이산 언덕에서 철무지개 관리자 아루스를 다시 만나게 된다.
이미 돌처럼 굳어버린 아루스를 어루만지며 위드미드는 그와 함께 지냈던 아름답고도 슬픈 기억들을 떠올린다.
한편 오후의 바람을 받으며 아루스의 배에서 잠든 루알렌은 삼백전년 마을에 살았던 공주 에알룸이 되는 꿈을 꾼다.
물레마을은 오래전부터 철공소가 많아 철공소마을이라 불렸다.
시끄러운 쇳소리때문에 그곳에 오래 머물렀던 사람들은 이내 마을을 떠나곤 했다.
그러던 어느날 마을의 하늘에서 커다란 돌들이 떨어지기 시작했고, 한달 넘게 이상한 날씨가 이어졌다.
마을의 영주는 철을 동원해 마을을 밝히는 거대한 인공 무지개를 만들 계획을 세웠고, 그 과정에서 아루스를 탄생시키게 된다.
아루스는 알렘의 꽃에서 추출한 빛을 이용해 철무지개의 불이 꺼지지 않게 하는 중요한 일을 수행했지만, 곧 알렘의 꽃이 소진되면서 마을은 빛을 잃게 됐다.
당시 영주였던 트리드의 딸 에알룸은 철 무지개 빛이 모두 꺼져버리고 난 뒤 세상을 떠났고, 이후 검은 구름이 걷히고 마을은 다시 해가 비치기 시작했다.
이후 사람들은 마을에 빛을 가져다 준 에알룸의 이름을 따 ‘에알룸 마을’이라 부르기 시작했다.
꿈 속에서 에알룸이 된 루알렌은 마을이 빛을 잃었던 과거로 돌아가 아루스와 함께한 소중한 추억들을 떠올리며 행복한 시간을 보낸다.
언덕위의 아루스는 장형순 작가가 2010년 서울 문래동에서 마을만들기 프로젝트에 참여하며 구상한 작품이다.
실제로 아이들이 하나둘 떠난 문래동의 모습을 보며 마지막까지 마을을 지키며 희망이 돼주는 로봇을 상상하며 아루스를 완성했다.
“내 행복한 시절을 찾는다면 지금 이시간이 보다 행복해 질 수 있을 것이다. 위드미드의 여정을 통해 각자의 행복한 순간을 찾을 수 있기를 바란다”는 장형순 작가의 말처럼 ‘언덕위의 아루스’를 통해 잊고있었던 행복한 순간을 떠올릴 수 있을 것이다.
/민경화기자 mk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