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르 : 스릴러
감독 : 이창희
배우 : 김상경/김강우/김희애
아내 설희(김희애)를 살해한 남편(김강우)는 완전범죄를 계획하지만, 몇 시간 후 국과수 사체보관실에서 아내의 시체가 사라진 것을 알고 혼란에 빠진다.
그리고 남편에게 ‘우리의 비밀을 묻은 곳에서 기다릴게’라는 한 통의 문자가 도착한다.
아내의 시체가 사라진 하룻밤의 이야기를 담은 ‘사라진 밤’은 스페인 영화 ‘더 바디’(2012)를 리메이크 한 작품으로, “죽음이 늘 마지막은 아니다”라는 원작의 설정을 따른다.
아내의 죽음 이후 시작되는 이야기라는 원작의 골격은 차용하되, 이야기들을 해체한 후 캐릭터들을 중심으로 각색하는 과정을 거쳐 보다 긴장감있는 스릴러 영화로 완성했다.
영화의 핵심은 ‘시체의 행방을 찾아가는 이야기’라는 점이다.
하룻밤 사이에 벌어진 미스터리한 일들이 ‘설희’로부터 비롯되면서, 관객들은 ‘과연 설희는 죽었을까? 살았을까?’라는 의문을 가지고 끝까지 긴장감을 놓을 수 없다.
특히 ‘사라진 밤’이 여느 스릴러와 다른 독특한 긴장감을 선사하는 이유는 단 하룻밤 동안 한정된 공간에서 벌어진 사건을 다루고 있기 때문이다.
국과수 사체보관실에서 재벌가 여인의 시체가 흔적도 없이 사라진 가운데, 숨막히는 추적과 서로 다른 목표를 가진 인물간의 팽팽한 대립, 예측 불가능한 결말은 관객들에게 오프닝부터 엔딩까지 강렬한 몰입감을 선사하기에 충분하다.
‘사라진 밤’의 강렬한 몰입감은 시나리오 단계에서부터 진가를 발휘했다.
베테랑 배우 김상경, 김강우, 김희애가 망설임 없이 출연을 결심하게 된 것이 바로 탄탄한 시나리오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후문이다.
배우들은 입을 모아 “처음부터 끝까지 쉬지 않고 읽게 만드는 힘이 있는 시나리오”라며 호평을 아끼지 않았다.
아울러 극을 이끌어가는 캐릭터 또한 관람포인트 중 하나다.
완전범죄를 계획한 남편과 사체보관실에서 흔적 없이 사라진 아내, 그리고 사건에 집착하는 형사까지. 밀도 있는 시나리오와 디테일한 연출, 베테랑 배우들의 열연은 ‘사라진 밤’의 완성도를 높였다.
첫 스릴러 영화에 도전하는 김희애의 연기도 기대할만하다.
남편에게 살해당한 후 흔적 없이 사라진 아내 역을 맡은 김희애는 생애 가장 파격적인 연기를 선보이며 스릴러 장르의 새로운 히로인으로 자리매김할 것이다.
‘살인의 추억’(2003), ‘몽타주’(2012), ‘살인의뢰’(2014) 등에서 형사 역할을 선보여왔던 김상경은 ‘사라진 밤’에서 새로운 스타일의 형사 캐릭터로 변신했다.
김상경은 허술한 듯 보이지만 결정적인 순간 냉철한 판단으로 극을 이끌어 나가는 형사를 연기하며 영화에 힘을 싣는다.
선과 악이 공존하는 양면성을 능수능란하게 연기해 온 김강우는 완전범죄를 성공했다고 생각한 순간, 죽인 아내의 시체가 사라지는 사면초가의 상황에 놓인 남편 역을 맡아 극에 긴장감을 불어넣는다.
/민경화기자 mk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