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열한 4.15 총선전이 막을 내렸다. 이제 정치권과 여론의 관심의 초점은 총선 이후 정국으로 쏠리고 있다.
선거로 인해 뒤로 미뤄졌던 주요 국가현안이 산적해 있고, 초유의 현직 대통령탄핵사태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결론이 어떻게 나느냐에 따라 정국은 또 한차례 엄청난 회오리에 휘말릴 수도 있다.
헌재 결정과는 별개로, 선거결과에 따른 노무현 대통령의 재신임 해석을 둘러싼 정치권의 논란도 치열하게 전개될 전망이다.
이와함께 정정 혼란이 심각한 상황으로 치닫고 있는 이라크에 추가 파병문제에 대해서도 여야간 또는 각 정파 내부의 이견이 표면화될 가능성도 있다.
치열한 선거대치 국면에서 갈라진 국론을 통합하는 작업과 선거 후유증 치유도 빼놓을 수 없는 과제다.
◇재신임과 탄핵안 재판 = 선거결과 열린우리당이 1당이 되고, 야 3당이 과반(150석)을 확보하지 못할 경우 여권은 노 대통령이 국민의 재신임을 받은 것이라고 주장할 수 있는 근거를 갖게 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열린우리당이 과반 1당이 된다면 노 대통령은 완벽하게 재신임의 굴레에서 벗어나고, 여권은 국정 전반에 걸친 개혁드라이브를 가속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한나라당이 1당이 되거나 야 3당의 의석이 과반이 된다면 상황은 달라진다. 야권은 선거 결과를 `국민의 심판'으로 규정하고 노 대통령의 거취 문제를 압박할 가능성이 크다.
선거결과에 따른 정치적 재신임 여부가 헌법재판소의 결정에 직.간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견해도 있다.
여권 일각에서는 벌써부터 "국민이 재신임한 대통령에 대해 헌법재판소가 탄핵을 결정하기는 어렵겠지만, 우리당이 선거에서 진다면 헌법재판소는 다른 생각을 할지도 모른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헌법재판소의 결정 시기도 관건이다. 헌재는 한달 여동안의 탄핵 심리를 통해 현재 3차 공개변론까지 진행했지만 소추위측의 증거조사 신청을 상당부분 받아들이면서 장기화 국면으로 가고 있다는 것이 헌재 주변의 관측이다. 빨라야 내달 중순께나 결정이 나올 공산이 크다는 얘기다.
또한 심리 과정에서 돌연 쟁점으로 떠오른 `측근비리'는 대검이나 특검 수사에서 밝혀지지 못한 부분에 대해 헌재가 최종판단을 맡는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어 사실관계 입증 여부에 따라 대통령의 직접 신문 필요성 등이 대두될 수도 있다.
하지만 헌재 결정이 어떻게 나든간에 이의 수용을 둘러싸고 어떤 식으로든 국론분열 양상이 나타날 수도 있다는 점에서 탄핵 문제는 꺼지지 않는 불씨로 작용할 개연성이 높다.
◇이라크 파병 = 이라크내 시아파의 저항이 갈수록 고조되고 있고 미국이 추가파병 가능성을 시사하고 있는 이라크내 정정 악화는 우리에게도 그대로 직격탄이 될 전망이다.
반전.파병반대론자들은 파병 결정 원점 재검토를 주장하고 있지만, 이미 파병안이 국회를 통과한 상황이고, 정부로서는 미국과의 신의를 저버리기 어렵다는 점에서 고민이 깊을 수 밖에 없다.
파병에 대해 강한 거부감을 표시해온 민주당과 민노당이 원내에서 캐스팅 보트를 쥐는 상황이 온다면 파병은 새로운 국회의 최대 쟁점으로 부상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민주당은 파병안 원점 재검토를, 민노당은 한 발짝 더 나아가 기존 서희.제마부대의 철수마저 주장하고 있다.
특히 사실상 여당인 열린우리당내의 파병 반대론자들의 목소리가 총선 이후 다시 높아질 개연성도 다분해 보인다.
선거를 의식해 당내에서 이견을 노출시키는 것을 자제해온 김근태 원내대표와 송영길 임종석 의원 등 소장파 의원들은 현 이라크 상황이 `제2의 베트남전' 양상으로 전개되는지 여부에 대한 본격적 검토를 이미 예고해 놓고 있는 상태다.
결국 파병 문제는 다양한 세력의 원내 입성이 기정사실화된 17대 국회에서 향후 국회 운영의 첫 리트머스 시험지가 될 공산이 큰 것으로 보인다.
◇선거후유증 극복.국론통합 = 선거전 초반 `찬탄, 반탄'의 강력한 대치 속에서 전개돼온 이번 선거는 선거중반 `노풍(老風)'으로 인해 세대간 대결 양상도 빚어졌고, 보-혁간 갈등도 선거전 기저에 깔려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이와함께 지역주의 선거구도도 여전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 때문에 선거를 통해 나타난 국론분열을 어떻게 통합시킬지 여부가 향후 정국의 최대 과제라는 지적이 많다.
노무현 대통령이 탄핵안 가결 1개월을 맞아 청와대 출입 기자들과 등반을 같이 한 자리에서 "이제 국민의 뜻과 정서를 하나로 모을 수 있는 통합의 정치가 시도되고 실제 성공할 수 있지 않겠나"라고 밝힌 것도 이를 염두에 둔 것으로 볼 수 있다.
다만 노 대통령에 대해 깊은 반감을 갖고 있는 보수세력들과 이들과의 각을 분명히 하려는 진보진영간의 알력은 그치지 않을 전망이어서 당장은 아니더라도 일정시점이 지난 후 대대적인 보.혁 정치권 재편 추진 가능성은 항존하고 있다고 봐야할 것 같다.
개정 선거법의 불법선거행위 단속 강화로 인해 무더기 당선무효 사태와 같은 선거후유증도 심각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중앙선관위에 따르면 13일까지 17대 총선 관련 선거법 위반 적발건수는 무려 5천777건으로 지난 16대 총선의 3천17건의 2배 가까이 됐으며 특히 후보자나 후보자의 배우자, 선거사무장 등 현행 선거법상 연좌제가 적용돼 당선되더라도 당선무효 가능성이 있는 후보도 60여명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총선 후 선관위의 본격적인 선거비용 실사와 검찰의 선거법 위반 수사가 이뤄질 경우 당선무효 가능 숫자는 더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이어서 당장 오는 10월 무더기 재선거가 예상되는 등 정치권은 선거 직후부터 재선거 국면에 돌입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한 여론조사 전문가는 "15일 선거결과의 국회 분포는 무의미 하며 오는 10월과 내년 4월 재.보선 결과에 따라 국회 의석구도 분포가 결정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