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대한항공이 창단 후 처음으로 프로배구 남자부 챔피언에 등극했다.
대한항공은 30일 인천 계양체육관에서 열린 도드람 2017~2018 프로배구 V리그 남자부 챔피언 결정전 4차전(5전 3승제)에서 천안 현대캐피탈을 세트 스코어 3-0(25-22 25-17 25-20)으로 완파했다.
챔프전 1차전 패배 이후 3연승을 거둔 대한항공은 시리즈 전적 3승 1패로 2005년 프로배구 출범 후 14년 만에 처음으로 챔피언 트로피를 품에 안았다.
2010~2011시즌부터 3년 연속 챔피언결정전에 올랐지만, 그때마다 대전 삼성화재의 벽을 넘지 못한 대한항공은 2016~2017시즌에는 정규리그 1위로 챔피언결정전에 직행했지만 현대캐피탈에 2승3패로 패해 또 한 번 눈물을 삼켰다.
그러나 이번 시즌엔 정규리그 3위로 포스트시즌에 진출한 뒤 플레이오프에서 삼성화재를 따돌리고 1년 만에 챔피언결정전에서 다시 만난 현대캐피탈에 설욕하며 우승의 기쁨을 만끽했다.
대한항공은 또 1969년 배구단을 창단한 이래 49년 만에 메이저대회 첫 우승이라는 값진 결과도 냈다.
대한항공은 실업 시절인 1984∼2004년 ‘백구의 대제전’으로 유명한 대통령배 대회·슈퍼리그 시절에도 고려증권, 현대자동차서비스, 삼성화재에 밀려 한 번도 우승 근처에도 가지 못했다.
프로 출범 후엔 두 차례 정규리그에서 우승하고 이벤트 성격의 컵대회에서 세 차례 정상에 올랐지만, 시즌 챔피언결정전에서 유독 힘을 쓰지 못하다가 5수 끝에 정상 등극의 염원을 풀었다.
이번 챔피언결정전의 최우수선수(MVP)의 영광은 세터 한선수한테 돌아갔다.
한선수는 기자단 투표 29표 중 절반에 가까운 13표를 얻어 팀 동료 밋차 가스파리니(9표)와 곽승석(6표)을 따돌렸다.
세트 스코어가 보여주듯이 대한항공의 일방적인 승리였다.
대한항공은 블로킹(6-2), 서브(7-0)에서 현대캐피탈을 압도했다. 범실은 20-21로 오히려 대한항공이 적었다.
이날 경기의 주인공은 박기원 감독이 경기 전 예고한 대로 외국인 주포 밋차 가스파리니와 세터 한선수였다.
가스파리니는 한선수의 자로 잰 듯한 토스를 기반으로 양 팀 통틀어 최다인 22득점(공격 성공률 50%)을 올려 팀을 승리로 이끌었다.
대한항공은 1세트부터 현대캐피탈의 기를 꺾었다.
대한항공은 3-3에서 정지석이 연이어 퀵오픈을 내리꽂으면서 5-3으로 앞서나가기 시작했고, 이후 조금씩 점수 차를 벌렸다.
18-15 이후 가스파리니의 백어택과 진성태의 속공으로 20점 고지(20-15)에 도달한 대한항공은 세트 포인트(24-22)에서 가스파리니의 오픈 공격으로 1세트를 끝냈다.
2세트는 더 일방적인 대한항공의 흐름이었다.
13-12까지는 대한항공이 도망가면 현대캐피탈이 쫓아가는 양상으로 진행됐다.
하지만 이후 정지석이 오픈 공격을 내리꽂고 진상헌이 박주형의 퀵오픈을 막아내면서 점수는 15-12로 벌어졌고, 이후 가스파리니의 맹폭까지 더해지면서 20-14로 점수 차를 벌리며 2세트마저 따냈다.
기세가 오른 대한항공은 3세트도 리드를 유지한 끝에 25-20으로 승부를 결정지었다./정민수기자 jm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