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인천의 한 아파트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은 중학생 딸의 성폭력 피해를 주장하는 아버지가 경찰과 학교의 미온적 대응을 비판하고 청와대 청원 게시판에 딸의 한을 풀어달라는 글을 올려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28일 A(15)양의 아버지는 청원 게시판에 '성폭행과 학교 폭력으로 숨진 딸의 한을 풀어주세요'라는 글을 올렸다.
아버지의 비통한 마음이 고스란히 담긴 청원글에는 “딸의 장례식 때 '(딸이) 성폭행을 당한적이 있다'는 문자와 전화를 친구들로부터 받았다"며 "딸이 왜 스스로 목숨을 끊어야 했는지 알지 못했던 우리 가족들은 그런 일들 모두가 충격이었다"며 딸의 죽음에 대한 제보 내용도 담겨있다.
그는 딸이 중학교 1학년이던 2016년 5월 페이스북에 올라오는 비하와 조롱 글 때문에 학교전담경찰관을 통해 학교 폭력 신고를 했지만, 학교 측은 '아이들 간 다툼이었고 화해했다'며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를 열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어 딸이 숨진 뒤 가해자로 지목된 남학생 3명 가운데 두 학교에서만 학폭위가 열렸고 다른 학교는 '혐의없음' 처분을 했다며 "학교는 '남은 아이들도 생각해야 하지 않느냐'는 말로 사건에 대해 쉬쉬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A양의 아버지는 "경찰에 딸의 휴대전화를 맡기고 조사를 기다렸지만 끝내 아무 대답도 듣지 못했고 내사 후 가해 청소년 중 1명에 대해 증거 불충분으로 무혐의 종결을 하려 했다"며 경찰의 미온적 수사를 비판했다.
또 "우리 딸이 살아있다면 가해자의 죄에 대한 증언을 할 수 있겠지만 지금은 그럴 수가 없다"며 "직접 피해자의 증언을 확보하지 못한다는 이유로 성폭행과 학교 폭력으로 인해 스스로 목숨을 끊은 이 사건이 잊히기를 기다리는 불상사가 없길 바란다"고 호소했다.
청원글은 이날 오후 5시 46분 현재 6천250명이 참여한 서명은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
한편 A양은 지난 7월 19일 오후 8시쯤 인천 한 아파트 3층 자택에서 스스로 뛰어내려 숨졌다.
A양 부모는 이후 또래 남자 중·고등학생 3명이 저지른 성폭력과 명예훼손으로 인해 딸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며 이들을 검찰에 고소했고 경찰로 사건이 이첩됐다.
/인천=이정규기자 lj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