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그룹 총수 일가가 해외 명품 제품 등을 장기간에 걸쳐 수백차례 밀반입하다 세관 당국에 적발돼 검찰에 송치됐다.
인천본부세관은 해외에서 구매한 명품과 생활용품 등을 밀수입한 혐의(관세법 위반)를 받는 이명희(69) 일우재단 이사장과 조현아(44) 대한항공 전 부사장, 조현민(35) 대한항공 전 전무를 입건해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고 27일 밝혔다.
세관에 따르면 이들은 2009년 4월부터 지난 5월까지 260차례에 걸쳐 시가 1억5천만 원 상당의 해외 명품과 생활용품 1천61점을 대한항공 회사 물품처럼 위장해 밀수입한 혐의를 받고 있다.
또 2013년 1월부터 2017년 3월까지 30차례에 걸쳐 가구·욕조 등 시가 5억7천만 원 상당의 물품 132점을 국내로 들여오면서 수입자를 대한항공 명의로 허위신고한 혐의도 받고 있다.
해외에서 구매한 소파·탁자 등 부피가 큰 가구류는 국내로 들여올 때 수입자와 납세의무자를 개인이 아닌 대한항공으로 허위신고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런 수법으로 세모녀는 의류·가방·반지·팔찌·신발·과일·그릇 등 다양한 물품을 밀수입했다.
인천본부세관은 “피의자들은 생활용품 등을 해외에서 구매하도록 직원들에게 지시한 뒤 대한항공 해외지점에서 항공기 승무원 편이나 위탁화물로 국내로 배송하면 인천공항 근무 직원이 회사 물품인 것처럼 위장해 밀반입했다”고 설명했다.
인천세관은 총수 일가의 증거 인멸한 정황이 발견됐지만 자료 제출 요구에 응하지 않는 등 수사에 전혀 협조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세관의 압수수색 중 밀수입 추정 물품에 대해 이들은 해당 물품을 국내에서 샀거나 선물을 받았다고 했지만 구매 영수증 등 관련 증빙자료를 제출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세관 당국은 전담수사팀을 구성해 5차례에 걸쳐 압수수색을 실시하고 해외 신용카드 사용내역과 면세점 구매 실적 등을 분석하는 한편 관련자 98명을 소환 조사했다.
이와함께 수사 과정에서 총수 일가가 자신들의 편익을 위해 대한항공 항공기와 직원 등 회사 자원을 밀수입 범죄에 동원한 사실을 확인했다.
세관 당국은 총수 일가의 밀수입 지시로 배송, 전달 등을 맡은 대한항공 직원 2명도 관세법 위반 혐의로 입건해 함께 송치했다.
또 감찰을 벌여 대한항공 회사 물품 반입시 검사 업무를 소홀히 한 세관 직원을 징계 처분했다.
당국은 세관 직원들과 관련된 수사 자료 전부를 검찰에 송치하고 연루 가능성이 있는 직원에 대해 추가 감찰을 진행하고 있다.
/인천=이정규기자 lj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