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가 16일 자유한국당 전·현직 의원들의 세월호 유가족을 겨냥한 막말성 글에 휩싸였다.
한국당 차명진 전 의원은 전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세월호 유가족들. 자식의 죽음에 대한 세간의 동병상련을 회 처먹고, 찜 쪄먹고, 그것도 모자라 뼈까지 발라 먹고 진짜 징하게 해 처먹는다”는 글을 올렸다.
또 “세월호 사건과 아무 연관 없는 박근혜, 황교안에게 자식들 죽음에 대한 자기들 책임과 죄의식을 전가하려 한다”며 “원래 그런 건지 아니면 좌빨들에게 세뇌당해서 그런지 전혀 상관없는 남 탓으로 돌려 자기 죄의식을 털어버리려는 마녀사냥 기법”이라고 언급했다.
차 전 의원은 누리꾼의 비난이 쏟아지자 글을 삭제했지만 그의 이름은 포털 검색어 상위권에 오르내리고 있다.
17·18대 국회의원을 지낸 차 전 의원은 한국당 부천 소사 당협위원장을 맡고 있다.
이와 관련 범여권에서는 ‘소시오패스’ 아니냐는 강도 높은 비판과 함께 정계 은퇴 요구까지 나오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이철희 원내수석부대표는 이날 국회 원내대책회의에서 차 전 의원의 발언을 “세월호가 지겹다니요. 저는 당신들이 징글징글 합니다. 창피한 줄 아십시오”라고 비판한 가수 이승환씨의 인스타그램 글을 소개한 뒤 “우리의 생각을 잘 대변해주는 것 같다”고 밝혔다.
같은당 박주민 최고위원도 전날 오후 페이스북에 차 전 의원 발언를 다룬 기사를 게시하고 “진짜 지겹고 무서운 사람은 당신입니다”라고 적었다.
민주평화당 홍성문 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어떻게 인간의 탈을 쓰고 이처럼 몰상식한 폭언을 쏟아낼 수 있는가”라며 “세월호 참사를 일말의 죄책감도 없이 정쟁의 도구로 사용한 반사회성 인격장애 소시오패스의 전형적 모습”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차 전 의원은 국민과 세월호 유가족에게 사과하고 정계 은퇴 선언을 하라”고 덧붙였다.
정의당 김동균 부대변인도 논평에서 “차 전 의원은 그 따위 참혹한 막말을 내뱉고도 대명천지를 무사히 거닐 수 있는 대한민국이 문명국가임에 항상 감사하기 바란다”며 “청소가 제대로 되지 않으니 벌레가 들끓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차 전 의원은 상황이 심상치 않자 이날 오전 페이스북에 사과글을 올렸다.
그는 “세월호 희생이 정치적으로 악용되는 것 같아 순간적 격분을 못 참았다. 세월호 유가족 여러분과 세월호 희생자를 애도하는 분들께 머리 숙여 용서를 빈다”고 말했다.
이어 “반성하는 의미에서 페북(페이스북의 줄임말)과 방송 활동을 중단하겠다”고 말했다.
한국당 정진석 의원도 이날 오전 페이스북에 “오늘 아침 받은 메시지”라며 “세월호 그만 좀 우려먹으라 하세요. 죽은 애들이 불쌍하면 정말 이러면 안 되는 거죠. 이제 징글징글해요”라는 글을 올려 논란의 불씨를 더 키웠다.
정 의원은 지난해 6·13 지방선거 당시 한국당의 참패를 두고 “세월호처럼 완전히 침몰했다”고 표현해 비판받은 바 있다.
같은당 안상수 의원도 이날 정 의원 글에 “불쌍한 아이들 욕보이는 짓들이죠”라는 댓글을 달며 그를 거들었다.
/최정용기자 wesp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