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들어 수은주 35도 육박
바람 한 점 없이 선풍기에 의존
“먹는 것·입는 것도 아까운데
냉방시설은 ‘그림의 떡’”
수원시, 474개 무더위 쉼터 운영
재난도우미 등 폭염 대비 만전
“지난해 그렇게 덥더니, 올해도 벌써 이러니 어떻게 견딜까 걱정이야. 에어컨은 준대도 겁나. 전기료도 그렇고 전기누전으로 불이라도 날까 무서워.”
8일 장마전선을 한참 아래로 밀어내고 일찌감치 기세를 떨치던 폭염을 잠시나마 누그러뜨리는 바람도 창문조차 없는 쪽방촌에는 무용지물로, 이날도 뜨겁게 내리쬐는 햇볕에 달궈진 지붕의 열기가 온 방에 가득했다.
7월 들어 수은주가 35도를 육박하며 무더위가 강타하고 있는 요즘 수원 곳곳에 위치한 쪽방촌 거주민들의 탄식도 깊어지고 있다.
연일 지속되는 무더위를 피해 이른 아침부터 냉방시설이 갖춰진 무더위쉼터나 관공서를 찾기도 하지만, 그나마 몸이 불편해 이동이 힘든 어르신들은 선풍기 하나에 의존해 여름을 버티는 수밖에 없다.
대부분의 쪽방촌은 겨우 3.3㎡~6.6㎡(1~2평) 규모로 이뤄져 있어 에어컨은 고사하고 선풍기 조차도 비치되지 않은 경우가 허다하다.
또 수많은 가구들이 좁은 골목마다 터를 잡고 빽빽하게 모여 살고 있으며, 창문도 제대로 갖추지 못한 방이 많아 무더위와 높은 습도에 시름하고 있지만 여전히 복지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출입문만 겨우 갖췄을 뿐 창문이 없는 곳도 허다하다보니 바람이 잘 들어오지 않아 여름은 쪽방촌 주민들에게 가장 힘든 계절이다.
A(88·수원 매교동)씨는 “아침 저녁 폐지를 주워 하루하루 생활하는데 낮에는 찜통인 집대신 인근 상점 앞 평상에서 시간을 보낸다. 차라리 얼른 겨울이 됐으면 싶다”고 말했고, 수원 평동에서 만난 B씨는 “요즘같은 더위에는 선풍기도 소용없다. 얼른 비라도 내려야 하는데 걱정이다. 아무 힘들면 동사무소에 들려 물 한잔하면서 시간을 때운다”고 전했다.
또 다른 C할머니는 “먹는 것, 입는 것조차 아까운데 냉방시설을 갖추는 것은 우리에겐 그림의 떡”이라며 “이제 곧 모기나 날벌레들이 들끓을텐데 폭염으로 오는 여름은 사실 우리같은 사람들에겐 또 하나의 전쟁같은 일”이라고 토로했다.
이와 관련, 수원시 관계자는 “폭염을 재난으로 구분하고 474개의 무더위 쉼터를 운영하고 있다”며 “특히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재난도우미 등의 서비스를 제공하며 폭염에 대비하고 있다. 시민들의 불편과 피해를 막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수도권기상청은 지난 4일 수도권 내륙중심으로 폭염특보를 발령한 것을 시작으로 9일까지도 폭염이 지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9일까지 낮 최고기온이 33도 안팎에 이르다 10일부터 전국에 장맛비가 내리면서 기온이 내려갈 것으로 예보됐다.
/김현수기자 khs9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