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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루룩~ 국수 한 젓가락 하실래요?

경기도 누들로드 ‘맛기행’
지친 미각 일깨우는 천서리 비빔막국수의 매운맛
황해도식 옥천냉면 담백한 맛… 짠지와 함께 냠냠
새콤·알싸한 맛의 초계국수 푸짐한 양 ‘인기만점’
바지락 넣은 뜨거운 칼국수 ‘시원하다’ 감탄 절로
맵지만 軍생활 추억을 곱씹게 하는 망향비빔국수
쫄면이 더 유명한 만두집… 아삭한 식감이 일품

 

 

 

 

가을. 여행하기 좋은 계절이다.

곳곳에서 각종 축제도 다양하고, 산과 들도 울긋불긋한 옷으로 갈아 입어 눈과 귀가 즐겁다. 해발 170m의 설악산 대청봉은

벌써 붉게 물든 단풍이 보이기 시작했다.

여행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 중 하나가 바로 먹거리다.

보고 즐기는 것 못지않게 여행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기도 한다.

뭘 먹을지를 고민할 게 아니라 먹을거리를 찾아 떠나는 것도 여행을 즐기는 한 방법이다.

경기관광공사가 도내에서 떠날 수 있는 누들로드를 소개했다.

머리가 지끈거릴 만큼 시원한 냉면에 매콤한 비빔국수까지, 도내 곳곳의 대표적 맛집이다.

여행의 계절 가을, 도내 국수 순례길은 큰 준비 없이도 언제라도 떠날 수 있다.

 

 

 

 

 

경기도 대표 인생 막국수, ‘여주 천서리 막국수촌’

막 만들어 먹는 국수라는 막국수. 소탈한 이름을 가진 막국수는 언제 만나도 반가운 음식이다. 남한강이 잔잔히 흐르는 여주 천서리는 1978년 평안북도 강계 출신의 실향민이 이곳에 막국수 집을 연 것을 시작으로 2000년 쯤에는 약 30여곳의 막국수 집이 밀집했던 곳이다. 지금(대신면 천서리길 일원)은 강계봉진막국수, 홍원막국수, 천서리막국수 등 10여 곳의 막국수 집이 2대, 3대에 걸쳐 전통을 잇고 있다.

천서리 막국수는 매콤한 양념의 비빔막국수가 제맛이다. 묵직한 놋그릇에 담겨 나오는데 육수를 자박하게 붓고 바로 삶은 메밀면을 말아 넣는다. 고명으로 신선한 오이와 채썬 무를 올리고, 비법 양념장을 듬뿍 담는다. 맨 위에 삶은 달걀과 김 부스러기를 넉넉하게 뿌리면 완성이다. 살짝 쏘는 기분 좋은 매운맛이 지친 미각을 일깨운다. 매운 맛이 부담스럽다면 함께 제공되는 따듯한 육수를 마시면 진정된다. 반대로 좀 더 매운맛을 원한다면 테이블에 비치된 양념장을 추가하면 된다. 천서리 막국수촌은 메밀과 전분을 배합한 면을 사용한다. 구수한 향은 물론, 촉촉하고 부드러운 감촉과 탄력 있는 식감이 매력적이다.
 

 

 

 

 

담백한 황해도식 냉면, ‘양평 옥천냉면’

물 맑은 양평. 그중에서도 옥처럼 맑은 물이 여러 곳에서 난다는 옥천은 유명한 냉면마을이다. 한국전쟁 당시 황해도에서 냉면집을 하던 부부가 옥천에 정착하면서 옥천냉면의 역사가 시작됐다. 인근 군부대의 군인과 면회객들을 통해 입소문이 나면서 일부러 찾아오는 손님들이 생겨났고, 냉면집도 하나, 둘 늘어나 지금의 냉면마을이 형성되었다.

한때 옥천냉면마을(옥천면 옥천길 일원)은 냉면의 ‘성지’ 중 하나로 꼽혔다. 황해식당과 고읍냉면이 평양냉면 맛집으로 불리며 수많은 순례객의 발길이 이어졌다. 더불어 냉면마을과 경의중앙선 아신역을 오가는 택시들이 호황을 누리기도 했다. 황해도식 냉면인 옥천냉면은 돼지고기로 육수를 내며, 동치미국물이나 인공조미료를 넣지 않아 깔끔하면서도 담백한 맛이 난다. 다소 심심하게 느껴질 수 있는 옥천냉면은 고춧가루와 식초로 무쳐낸 짠지를 함께 먹으면 잘 어울린다. 면은 메밀과 고구마 전분을 섞은 굵은 면을 사용한다. 툭툭 끊기는 평양냉면과 쫄깃쫄깃한 함흥냉면의 중간쯤 되는 식감이다. 큼지막하게 부친 완자와 두툼하게 썰어낸 편육도 옥천 냉면마을의 별미다.





‘하남 초계국수’

초계국수는 함경도와 평안도 지방의 전통음식인 초계탕에서 유래한 음식으로 차게 식힌 닭 육수에 국수를 말고 닭고기를 얹어 먹는다. 초계탕은 조선시대 연회에 접할 수 있었던 보양식으로, 초계의 ‘초’는 식초를 뜻하고 ‘계’는 평안도의 방언으로 겨자를 뜻한다. 초계국수도 이름처럼 식초와 겨자로 간을 해서 새콤하면서 알싸한 맛이 청량감을 더한다.

하남시 미사리(하남시 미사대로~남양주시 와부읍 다산로)의 초계국수는 우선 푸짐한 양에 놀라게 된다. 하얀 국수 위에 백김치, 오이, 닭 가슴살을 듬뿍 담는다. 살얼음이 동동 뜬 육수를 가득 담아내면 커다란 그릇이 꽉 찬 느낌이다. 잘 삶은 국수는 차가운 육수를 만나 마치 냉면처럼 탱글하고 쫄깃하다. 고명으로 올린 닭고기 또한 매우 부드럽고 고소하다. 매콤한 양념을 더한 초계 비빔국수도 좋다. 역시 푸짐하게 닭고기가 올라가고 차가운 육수가 함께 제공된다. 시원한 맛과 푸짐한 양은 물론 대로변에 위치한 까닭에 특히 자전거와 오토바이 동호회원들에게 인기가 높다.
 

 

 

 

 

풍요로운 서해의 선물, ‘안산 대부도 바지락칼국수’

안산 대부도는 경기도에서 가장 큰 섬이다. 살아 숨쉬는 드넓은 갯벌은 온갖 해산물을 선물하고 눈부신 햇살에 달콤한 포도가 영근다. 도심에서 자동차로 한시간 거리에서 아름다운 바다의 낙조를 볼 수 있는 매력에 많은 관광객이 찾는다. 달 전망대, 대부해솔길, 탄도항 등 아름다운 대부도의 모습을 오롯이 즐길 수 있는 관광명소가 많은 것도 장점이다.

대부도의 음식 중 바지락칼국수를 으뜸으로 꼽는다. 대부도 인근 갯벌에서 자라는 바지락은 알이 굵고 맛이 좋기로 소문이 자자하다. 타우린을 함유해 간기능 회복에 좋고, 핵산 성분이 많아서 별다른 부재료 없이 바지락만 넣고 끓여도 맛있다. 대부도의 바지락칼국수는 방아머리 음식타운과 구봉도 입구 인근에 모여 있다. 바지락을 푸짐하게 넣고 버섯과 채소를 더한 칼국수는 그야말로 바다의 맛이고, 한 번 맛을 보면 멈출 수 없는 마력이 있다. 날이 더운데 뜨거운 칼국수를 먹자니 당연히 이마에 땀이 송골송골 맺힌다. 그런데 희한하게 바지락칼국수 국물을 마시면 입에서 “시원하다!”라는 말이 절로 나온다.



‘연천 망향비빔국수’

군대 시절을 회상 할 때 생각나는 음식은 무엇일까. 보통 짜장면이나 초코파이라 생각하지만 적어도 현재 40대, 1990년대에 군생활을 한 세대부터는 조금 다르다. PX에 가면 흔한 것이 초코파이고 냉동짜장면을 전자레인지에 데워서 먹을 수 있었다. 그러니 외박이나 휴가를 나왔다가 부대에 복귀하기 바로 전에 먹었던 지역음식들이 생각날 것이다. 연천에서 근무한 병사들 또한 군생활과 연결되는 특별한 음식이 있는데 바로 비빔국수다. 전국에 수많은 체인점을 거느린 그곳, 청산면 모 부대 앞의 망향비빔국수 본점(연천군 청산면 궁평로 5)이다.

1968년에 처음 문을 연 망향비빔국수 본점. 근처에서 군생활을 한 사람은 모두 다녀간 집이다. 그 추억때문인지 도심에서 꽤 먼 거리지만 가게 앞까지 간이 테이블과 의자를 빼곡하게 놓을 만큼 늘 붐비는 집이다. 선불 주문을 마치면 잠시 후 비빔국수와 백김치가 함께 나온다. 국수는 한눈에도 매콤해 보이는 양념에 비벼 나온다. 고명으로 김치와 오이가 올려지고 맨 위에는 망향의 시그니쳐인 상추가 한 장 떡하니 자리잡았다. 면은 소면보다 두꺼운 중면인데 자연건조를 시켜 더욱 쫄깃하고 차진 식감을 살렸다. 양념은 매운맛이 다소 강한 편이다. 영화 ‘강철비’에서 대한민국 외교안보수석이 북한 최정예요원과 국수를 먹는 장면을 이곳에서 촬영했다.
 

 

 

 

 

알고 보면 쫄면 성지, ‘수원 쫄면’

많은 음식에 원조 논란이 있지만 쫄면은 그 태생이 확실하다. 인천의 한 제면소가 쫄면의 고향인데 신포시장 인근 분식집에서 비빔장과 함께 내면서 쫄면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그런데 타 지역에는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수원에는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쫄면집이 여럿이다. 수원화성 장안문 앞 보영만두와 보용만두가 있고 팔달문시장에는 코끼리만두가 있다. 모두 1977년에서 1978년에 문을 열었으니 만 40년이 넘는 노포인 셈이다. 공교롭게 모두 상호에 만두가 붙은 만두집이지만 쫄면이 더 유명한 집들이기도 하다.

쫄면은 만드는 방법도 간단하다. 삶은 쫄면 위에 고추장 양념을 넣고 양배추를 채 썰어 담고, 삶은 달걀을 올리면 그것으로 끝이다. 재료가 단출한 만큼 양념장의 역할이 중요하다. 쫄면 양념은 고추장을 기본으로 매콤하지만 짜지 않고 오래 숙성된 고급스러운 맛을 낸다. 양념장도 넉넉하여 쫄면을 촉촉하게 감쌀 만큼 적당하다. 더해지는 채소와 콩나물이 더해 아삭한 식감이 일품이다.

/안경환기자 j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