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의 집권2기 국정운영 원칙과 방향이 선명한 윤곽을 드러내고 있다.
노 대통령은 탄핵소추 기각 28일째를 맞아 집권여당과 국회, 행정부(총리), 이른바 당.정.청간 새로운 3각질서를 구축하면서 실용적 정치문화 창출에 나서고 있는 것으로 압축된다.
◇대통령 역할 정립
우선 노 대통령은 한국정치의 대지각변동을 촉발한 탄핵사태와 4.15총선, 6.5 지자체 재.보선 등을 거치면서 스스로의 위상과 역할에 대해 다시한번 분명한 입장을 정리했다.
원칙론에선 국가원수와 행정수반으로서의 역할에 충실하겠다는 것이나 각론에선 부패청산과 정부혁신을 포함한 장단기 국정과제 해결에 주력하겠다는 뜻이다.
나아가 발등의 불격인 주한미군 감축, 용산기지 이전, 북핵문제 등 외교안보현안과 서민고통의 주원인인 민생경제 활력회복과 실효성있는 정책대안 제시에 주력하겠다는 것으로 요약된다.
◇열린우리당 관계
정쟁의 소용돌이에 휘말릴 소지가 높은 정치개혁, 언론개혁 문제 등은 당이 야당과 협의해 적극적으로 해결해 달라는게 노 대통령의 주문이다.
특히 우리당과의 관계는 `당정분리'가 제1의 원칙이다. 요컨대 대통령이 당 운영에 일절 간섭하지 않을 테니 당도 청와대 운영에 대한 간섭을 자제해 달라는 것이다.
특히 대통령과의 독대나 면담을 통해 `정치적 목적'을 이루려는 것은 후진적인 정치행태는 지양돼야 한다는 노 대통령의 확고한 인식이다.
노 대통령은 최근 주변 사람들에게 "대통령의 생각이 곧 당의 생각이 되던 시대는 끝났다. 왜 자꾸 옛날 방식으로만 생각하느냐"고 강한 불만을 토로한 바 있다.
노 대통령이 당.청간 가교역을 해온 청와대 정무수석과 정치특보를 폐지한 것도 이런 흐름과 무관치 않다.
아울러 5,6공, 나아가 문민정부, 국민의 정부 시절까지 통용됐던 대통령과 당의장간 주례회동에 부정적 반응을 보이는 것도 이런 배경을 깔고 있다.
물론 노 대통령은 "필요할 경우에는 그 누구와도 언제든 만나겠다"는 입장을 지키고 있다.
다만 당대당 문제는 당 대표들이 만나서 해결하되, 대통령의 결단이나 대통령과의 정치적 협상이 필요할 경우엔 여야대표들과 만나는데 인색하지 않겠다는 생각이다.
◇대국회 관계
`제왕적 대통령'의 시대가 막을 내린 만큼 과거처럼 대통령이 국회를 지배하지 않겠다는 노 대통령의 생각은 확고하다. 국회와 대통령이 대등한 관계에서 `견제와 균형'을 이뤄가야 한다는 뜻이다.
실제로 노 대통령은 지난 7일 제17대 국회 개원연설에서 "옛날처럼 강력한 대통령을 바라는 사람들이 있지만 민주적이고 효율적인 국가가 되기 위해선 지금처럼 합법적인 틀 속에서 정당한 권력을 행사하는게 옳다"고 강조했다.
다만 정치개혁과 언론개혁, 제도개혁 등 산적한 개혁과제들을 국회가 앞장서서 해결해달라는 주문은 잊지 않고 있다.
특히 지역구도 해소를 위한 제도적 장치 마련, 정치인들의 합법적 정치자금 모금을 위한 방안 제시 등은 급선무라는게 노 대통령의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