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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룡문]작은 배려 큰 힘

우리의 택배 역사는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1991년 12월 한진택배가 첫 사업을 시작 됐으니 30년 정도다. 1960년대 출발한 외국에 비해 늦었지만 국내 시장은 연평균 30% 이상, 폭발 성장을 해왔다. 현재 시장 규모는 5조원 대다.

그러나 노동력에만 과도하게 의존하는 배송시스템으로 인해 종사자 특히 택배 기사들의 근무조건은 날로 열악해지고 있는 것 또한 현실이다. 지난해 이런 택배기사의 애환을 그린 ‘미안해요, 리키(원제 Sorry We Missed You)’란 외국영화가 개봉돼 사회적 반향을 불러 일으킨적이 있다. 대기업 직원이었던 주인공 리키가 금융 위기로 다니던 건설회사가 파산하고, ‘3D업종’을 전전하다 친구의 권유로 택배기사 일을 하게 되면서 겪는 이야기가 줄거리다. ‘긱 이코노미’(비정규직 프리랜서 근로 형태가 확산되는 현상)의 문제점을 지적해 더욱 공감을 샀다. 그리고 화장실 갈 시간조차 없이 일하는 택배기사 리키가 소변을 해결하기 위해 작은 페트병을 차에 가지고 다니는 장면에 충격을 받기도 했다.

실제 우리나라 사정도 크게 다르지 않다. 대부분 택배 기사들은 매일 새벽 5시부터 저녁 6시 넘어서까지 200개 이상의 물건을 배달한다. 아침밥을 거르기 일쑤고, 일을 하는 동안에도 점심을 챙겨 먹는 것은 일주일에 한 번, 그마저도 간단한 요기 수준이다. 현재 약 5만 명이 이런 환경에서 일한다. 우후죽순처럼 생겨난 업체들이 저가경쟁을 벌이는 탓에 수수료는 낮아지고 업무 강도는 점점 더 높아지고 있다. 명절 연휴엔 그야말로 지옥이나 다름없다.

게다가 허리디스크나 관절염 같은 직업병에 시달린다. 뿐만 아니다. 고객에게 폭행·폭언을 당하는 것은 다반사다. 거리가 일터이다 보니 늘 사고 위험에도 노출돼 있다. 일부 아파트단지에서는 ‘침입자’취급하며 공공연히 출입까지 제한한다.

이런 택배기사들을 위해 수원의 한 아파트주민들이 단지내 곳곳에 ‘음료수·간식함’을 비치해 놓고 위로해 주고 있어 화제다. 비록 ‘작은 온정’이지만 누구에겐 ‘큰 힘’이 되는 ‘배려’. 각박한 세태 속에서 더 많이 넘쳐 났으면 좋겠다.

/정준성 주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