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해군 함정들이 14일 오전 9시부터 2시간 가량 서해 북방한계선(NLL) 인근 해상 5개구역에서 국제공용주파수를 이용해 역사적인 무선교신에 처음으로 성공했다.
유선통신을 통해서는 중국 어선들의 NLL 해상 불법조업 상황을 가정해 교신을 주고받았고 6.25전쟁 정전 이후 51년간 총부리를 겨누었던 군사분계선(MDL)에서는 15일 오전 0시를 기해 선전활동이 전면 중지된다.
남북은 이날 연평도와 대청도, 백령도 등 NLL 인근 5개 섬을 5개 구역으로 나눠 제1구역에서 오전 9시부터 15분간 첫 교신한 뒤 15분 쉬고, 2, 3, 4, 5구역에서도 국제상선공통망(주주파수 156.8Mhz, 보조주파수 156.6Mhz)을 이용해 순차적으로 교신했다.
남측 함정들은 NLL 남쪽 해상 6~10마일, 북측 함정들은 NLL 북쪽 해상 10마일 해역에서 교신했고, 파고는 0.5m로 잔잔했으나 북측지역의 옅은 안개로 1구역을 제외한 다른 4개 구역에서는 교신상대인 북측 함정을 육안으로 식별하기가 어려웠다.
연평도 서방 3마일 해상에서 북측 함정과 900여m 거리를 둔 남측 고속정 328호 참수리는 ‘한라산 하나, 한라산 하나, 여기는 백두산 하나, 감도는 다섯. 감도는 어떤가’라는 북측의 첫 무신신호에 "백두산 하나 백두산 하나, 여기는 한라산 하나,감도는 다섯. 숫자9기 올렸는지 통보 바람"이라고 응답하면서 역사적인 양측 해군간 첫 교신이 이뤄졌다.
이어 남측이 '아측은 적대행위 의도가 없다'는 의사표시로 4번 깃발을 올리자 북측은 '너의 신호를 이해, 수신하였다'는 뜻으로 9번 깃발과 함께 불빛 신호로 화답했다.
또 연평도 1구역과 대청도 3구역 해상에서는 2척의 고속정이 각각 오전 9시15분, 10시15분부터 5노트 속도로 북한 육도와 기린도 해상에서 남하하는 북측 함정을 향해 접근하면서 기동통신을 시험했다.
이들 함정은 또 국제상선공통망의 사용이 불가능하거나 기관고장 등으로 함정간 거리가 지나치게 가까워진 상황에 대비해 준비한 보조통신 수단인 기류(깃발)와 발광(불빛)신호로도 시험교신을 했다.
1999년 6월 연평해전과 2002년 6월 서해교전 때 서로 싸웠던 평택 2함대사령부와 남포 서해함대사령부 소속의 함정들이 이날 충돌방지를 위한 교신에 성공함으로써 서해상 긴장관계 종식을 향한 새로운 전기를 마련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와 함께 남북은 14일 오전 9시 유선전화를 이용해 NLL 해상에서 중국어선 조업상황을 가정한 가상정보를 처음으로 교환했다.
북측 '서해해상정황종합실'은 남측 2함대사령부 앞으로 보낸 시험통지문을 통해 중국어선 12척이 북위 38도03분, 동경 124도33분 해상에서 1시간 14분간 비법(불법)조업했으며, 20척은 북위 37도37분, 동경 125도43분 해상에서 2시간 30분 가량 조업했다는 등의 가상정보를 통보했다.
송신담당자가 소좌(남측 소령급)로 되어있는 가상정보 자료에는 비법어선 55척이 조업했다고 기록돼 있었다.
양측 해군 함정들이 이날 NLL 해상에서 우발적 무력충돌을 막기 위한 시험 무선교신에 성공한 데 이어 중국 어선의 불법조업 관련 정보까지 공유하게 됨으로써 서해상의 군사적 긴장 완화와 남북한 어민보호도 가능할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