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발 전단
/김연대
누구의 맨손인 듯 누구의 맨발인 듯
어느 시절의 그리운 얼굴인 듯
눈발이 흩날린다
아득한 높이에서 뿌리는 전단
찢어진 흰 옷자락의
이름 없이 부서진 뼈의 흩날림
성이 없이 산화한 피의 점적
억울한 눈물의 투신
백의고혼白衣孤魂
비애로 얼룩진 백년사초百年史草
광장은 읽지 않고
굽 높은 구두는 외면하고
번쩍이는 차들이
흙탕물을 씌우며 짓이기고 간다
■ 김연대 1941년 경북 안동 출생으로, 1989년 《예술세계》 시로 등단했다. 시집은 「꿈의 가출」, 「꿈의 해후」, 「꿈의 회향」, 「아지랑이 만지장서」, 「나귀일기」 등이고, 아시아 시인·작가협의회 시예술상, 녹야원문학상, 이상화시인상을 수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