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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남매, 가부장제와 작별하다

네 자매가 푸는 남성 중심 사고
아버지 묘 이장이 상징하는 의미

이장

장르 : 드라마
감독 : 정승오
출연 : 장리우, 이선희, 공민정,윤금선아, 곽민규


아버지 묘 이장을 위해 흩어져 지낸 오남매가 오랜만에 모이며 세기말적 가부장제와 작별을 고하는 이야기를 그린 영화 ‘이장’이 오는 25일 개봉한다.

‘이장’은 “지금부터 세기말적 가부장제에 작별을 고한다”라며 영화의 아이덴티티를 보여주는 단호한 카피 문구가 담긴 티저 예고편으로 화제를 모았다.

또 아버지의 묘 이장을 위해 모인 네 자매에게 “어떻게 장남도 없이 무덤을 파냐!”라고 소리치는 큰아버지의 불호령은 가부장제의 모순을 가감 없이 드러낸다.

영화에는 a.k.a 살림 밑천 장녀 혜영(장리우)과 믿을 건 돈이라고 외치는 둘째 금옥(이선희), 결혼을 앞둔 참견의 여왕 셋째 금희(공민정), 아무도 못 말리는 돌직구 넷째 혜연과 VIP 막내 아들 승락(곽민규)이 등장한다.

특히 육아휴직과 퇴사 권고를 동시에 받게 된 장녀 혜영이 처한 현실과 결혼을 앞두고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는 셋째 금희의 모습은 우리 옆에 있을 법한 딸, 언니 그리고 누나인 여성들이 직면한 현실을 꾸밈없이 보여준다.

이는 관객들의 공감지수를 높이고, 한 가족 안에서 벌어지는 가부장적 사고를 네 자매의 시선으로 풀어가며 생각할 거리를 던져준다.

정승오 감독은 ‘이장’이 가족 내의 차별을 둘러싸고 있는 철옹성 같은 외피의 정체는 무엇인가라는 질문에서부터 시작된 작품이라고 설명한다.

정 감독은 어릴 적 제사를 지내면서 고모와 누나는 절을 하지 않는 것을 보고 누군가를 기억하고 추모하는 의식인 제사에서 가족 내에 차별받는 존재가 있다는 것을 느꼈다고 말했다.

또한 과거 할머니의 성묘를 하고 내려오면서 할머니가 계신 공동묘지가 아파트 부지로 결정되어 무덤들을 모두 강제 이장해야 하는 풍경을 접하게 됐는데, 이는 감독에게 21세기에 다시 마주한 ‘난장이가 쏘아 올린 작은 공’의 느낌으로 마음 속에 인상 깊게 남았다고 한다.

정 감독은 “흩어져 살고 있던 네 자매가 모여 아픈 엄마가 입원해 있는 병원으로 병문안을 가는 이야기를 그린 단편 영화 ‘새들이 돌아오는 시간’을 찍고 난 이후, 문득 ‘네 자매의 부모가 죽고 난 뒤에 이들은 어떻게 살아갈까?’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 이런 상상을 바탕으로 시나리오를 작업하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이장’의 시나리오 작업 과정에서 가족 내의 차별이 사회적 차별까지 확대되는 근본적인 이유가 ‘가족 내에 뿌리깊게 남아있는 남성 중심적인 가부장제’에서 시작된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는 정 감독은 가부장으로 상징되는 아버지의 묘를 이장하는 과정에서 아버지와 이별하고, 나아가 가부장제와 작별하는 이야기를 구성했다.

한편 2020년 관객을 찾는 여성 서사 영화 ‘이장’은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과 함께 북미 최대의 아시아 영화 전문 매체인 AMP(Asian Movie Pulse)에서 올해의 아시아 영화 TOP 25에 선정됐으며, 제35회 바르샤바국제영화제에서는 한국 작품 최초로 신인감독경쟁 대상과 아시아영화진흥기구가 수여하는 넷팩상을 수상했다.

/신연경기자 shiny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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