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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수의 시선] 결혼과 가정

 

엄마를 일찍이 여윈 콩쥐에게 계모가 생긴다. 온갖 학대에 시달린다. 급기야 계모의 지시로 밑 빠진 독에 물을 채우다가 울음을 터트리고 만다. 누구나 아는 우리의 전래동화의 내용이다. 예로부터 의붓자식은 학대에 시달렸던 모양이다. 콩쥐 팥쥐 얘기가 실감 나는 요즈음이다. 


연일 아동학대 문제로 세상이 떠들썩하다. 계모가 의붓아들을 여행용 가방 속에 가둬 체벌하다가 질식하여 사망했다. 또 9살 의붓딸을 굶기고 후라이팬으로 지져 지문을 없애고 그것도 모자라 목을 목줄로 묶어 다락방에 가둬놓았다. 그래놓고 아동 양육수당을 신청하기까지 했다. 만약 그 여자아이가 목숨을 걸어 탈출하지 않았다면 묻히고 말았을 것이다. 


그야말로 엽기적인 학대다.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이런 아동학대가 사회에 큰 파장을 일으키는 것은 비단, 이번뿐만이 아니었다. 그때마다, 상상하기 어려운 방식으로 아동학대가 저질러졌었다. 그때마다, 사람들은 큰 충격에 휩싸였었다. 그때마다, 전문가들이 나서서 원인을 진단하고 대책을 세우고 금세 아동학대 문제를 해결하기라도 할 것처럼 호들갑이었다. 


어쩌면 지금도 유사한 사건이 저질러지고 있을지도 모른다. 보통 사람의 상상을 초월하는 방식의 학대가 저질러지는지 모른다. 물론 가정이라는 울타리 안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이라 발견하기가 쉽지 않다. 이웃의 투철한 신고로 해결될 문제도 아니다. 미성숙한 아이를 대상으로 저질러지고 있어 학대를 당하는지조차도 인지하지 못할 수도 있다. 설령 발견하더라도 조치하기가 쉽지 않다. 이번 창녕 아동학대가 그렇듯이 이런저런 법률과 제도에 얽매여 있다. 재발 방지대책을 세우거나 조치하기도 쉽지 않다. 아무리 좋은 방법을 만들더라도 지켜지지 않으면 그만이다. 그야말로 뾰족한 대책이 있을 수가 없는 문제이다. 이를테면 국가나 사회가 나서서 해결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그렇다고 그러려니 넘겨버릴 수는 없는 일이다. 


그런데 엽기적인 아동학대에는 공통점이 있다. 계모나 계부가 주도하고 친모나 친부는 묵인 방조하고 있다. 어쩌면 재혼가정에서 벌어지는 일이라 더 많은 화제를 불러일으키는지 모른다. 요즘 가정이나 결혼에 관한 생각이 달라져 있다. 어려움이 닥치게 되면 인내하지 않는다. 재혼가정이 많아지는 이유 중의 하나일 것이다. 그렇기에 많아졌을지도 모른다. 


인기리에 방영되는 방송 프로그램이 있다. 중년 남녀 연예인이 출연하여 자신들의 신변잡기를 얘기하고 함께 모여 이런저런 게임도 한다. 그들의 표현을 빌리면 대부분 ‘갔다 온 사람’들이 심기일전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또 다른 프로그램이 있다. 그 프로그램도 결혼 적령기를 넘긴 남녀가 주인공이다. 또 초대되는 출연자들 대부분도 비슷한 형편의 사람들이다. 


두 프로그램 출연자에게서 그늘이라고는 찾아볼 수가 없다. 나름으로 행복하게 사는 모습을 보여주려고 애를 쓴다. 그런 모습이 시청자들에게 전달되어 웃음을 주고 응원을 보내게 하며 감동을 자아낸다. 또 그 출연자들에게는 새로운 출발지점이 되기도 한다. 한데 그들에게서 결혼이라는 중요한 명제가 가볍게 여겨지는 것 같아 왠지 씁쓸하다. 물론 방송의 의도를 모르고 하는 말일 것이다. 필자의 극히 주관적인 견해에 불과할 것이다. 그냥 예능을 예능으로 받아들이면 될 일이다. 각자의 방식대로 사는 것에 의미를 두지 않고 그대로 받아들이면 된다. 그런데 방송의 영향력은 대단하다. 하루아침에 무명인사가 유명인사가 되기도 한다. 시청자 개인마다 받아들이는 각도가 다를 수 있다. 또 그 파장도 예측할 수가 없다. 


자신의 혀도 가끔 깨물기도 한다. 하물며 성인이 되어서 남남이 만났다. 서로에 대해 만족할 수가 없다. 인내하고 양보해야만 가정이 바로 설 수가 있다. 물론 아동학대와 그 어떤 인과관계가 없다. 아무런 단서나 근거도 없다. 분명 이론적으로는 그렇다. 그렇더라도 왠지 두 장면이 겹쳐지는 이유는 뭘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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