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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와 함께 하는 오늘]뭉툭

 

뭉툭


                                                /김선아

 

한쪽 귀가 떨어진 밥그릇이 다시 나왔다

수직으로 하강하는 설거지물 아래에서
서툰 열 손가락 안에서
용케 맨살을 비켜 간다

 

어찌하여 그 손은 멈칫하지 않는가
생채기 난 적 있었지
아무도 모르게
육신에 갇힌 적 있었지

 

바닷가를 거닐며
어깨를 덮은 숄이 파도에 휩쓸려 갈 때
누구의 눈에도 띄지 않게
수평선으로 흘러가는 하나둘 별을 보았지

 

모서리도 닳아서 둥글어진다
다 먹은 밥도 알아서 살 속에 괸다
깨지지 않도록 주의하셔요
귀를 깨트린 그녀가 귀를 곤두세우고 있다.

 

■ 김선아   부산 출생. 2007년 월간 『문학공간』 시로 등단해 시집 『가고 오는 것에 대하여』 외 2권이 있다. 부산여성문학상 등을 수상했으며 (사)부산여성문학인협회 이사장이자 한국문인협회 이사, 한국여성문학인회 이사, 한국시인협회 회원이다. 계간 『여기』 발행인 겸 편집인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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