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18 (목)

  • 흐림동두천 1.0℃
  • 흐림강릉 1.3℃
  • 서울 3.2℃
  • 대전 3.3℃
  • 대구 6.8℃
  • 울산 6.6℃
  • 광주 8.3℃
  • 부산 7.7℃
  • 흐림고창 6.7℃
  • 흐림제주 10.7℃
  • 흐림강화 2.2℃
  • 흐림보은 3.2℃
  • 흐림금산 4.4℃
  • 흐림강진군 8.7℃
  • 흐림경주시 6.7℃
  • 흐림거제 8.0℃
기상청 제공

박원순 성추행 고소인 "제 존엄성 해친 분이 스스로 인간의 존엄 내려놔"

13일 오후 2시 긴급 기자회견에서 글로 심경 전해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릴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미련했습니다. 너무 후회스럽습니다. 맞습니다. 처음 그때 저는 소리를 질렀어야 하고, 울부짖었어야 하고, 신고했어야 마땅했습니다. 그랬다면 지금의 제가 자책하지 않을 수 있을까 수없이 후회했습니다."

 

고(故) 박원순 서울시장을 성추행 혐의로 고소한 A씨가 입을 열었다. 13일 오후 2시 서울 은평구 한국여성의전화 교육장에서 열린 긴급 기자회견에서다. A씨는 기자회견에 직접 참석하지 않았지만, 글을 통해 자신의 입장을 밝혔다.

 

A씨는 "거대한 권력 앞에서 힘없고 약한 저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 공정하고 평등한 법의 보호를 받고 싶었다. 안전한 법정에서 그분을 향해 이러지 말라고 소리 지르고 싶었고, 힘들다고 울부짖고 싶었다. 용서하고 싶었고, 법치국가 대한민국에서 법의 심판을 받고 인간적인 사과를 받고 싶었다"고 심경을 전했다.

 

이어 "용기를 내어 고소장을 접수하고 밤새 조사를 받은 날, 저의 존엄성을 해쳤던 분께서 스스로 인간의 존엄을 내려놓았다"며, "죽음, 두 글자는 제가 그토록 괴로웠던 시간에도 입에 담지 못한 단어이다. 저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마음을 아프게 할 자신이 없었다. 그래서 너무나 실망스럽고, 아직도 믿고 싶지 않다"고 했다.

 

또 "고인의 명복을 빈다. 많은 분들에게 상처가 될지도 모른다는 마음에 많이 망설였다"면서도 "그러나 50만 명이 넘는 국민들의 호소에도 바뀌지 않는 현실은 제가 그때 느꼈던 '위력'의 크기를 다시 한번 느끼고 숨이 막히도록 한다. 진실의 왜곡과 추측이 난무한 세상을 향해 두렵고 무거운 마음으로 펜을 들었다"고 이번 기자회견의 이유를 밝혔다.

 

그는 끝으로 "저는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까요"라며, "하지만 저는 사람입니다. 저는 살아 있는 사람입니다. 저와 제 가족의 보통의 일상과 안전을 온전히 회복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A씨는 지난 8일 서울지방경찰청에 2017년부터 박 시장에게 수차례 성추행을 당했다는 취지로 고소장을 냈다. 박 시장은 다음날 오전 10시 44분쯤 서울 종로구 가회동 시장 공관에 유서를 남기고 나온 뒤 다음날 자정을 조금 넘어 숨진 채 발견됐다.

 

한편 이날 이 긴급 기자회견이 열리기 전 박원순 서울시장 장례위원회는 "고인과 관련된 오늘 기자회견을 재고해주시길 간곡히 호소드린다"고 요청했다. 

 

장례위 측은 "오늘 박원순 서울시장은 이 세상의 모든 것에 작별을 고하는 중"이라며 "한 인간으로서 지닌 무거운 짐마저 온몸으로 안고 떠난 그다. 하염없이 비가 내리는 이 시각, 유족들은 한 줌 재로 돌아온 고인의 유골을 안고 고향 선산으로 향하고 있다. 부디 생이별의 고통을 겪고 있는 유족들이 온전히 눈물의 시간을 보낼 수 있도록 해달라"고 부탁했다. 

 

[ 경기신문 = 유연석 기자 ]









COVER 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