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5.08 (수)

  • 맑음동두천 6.7℃
  • 구름많음강릉 8.9℃
  • 맑음서울 9.4℃
  • 구름많음대전 10.0℃
  • 흐림대구 10.5℃
  • 울산 10.5℃
  • 광주 10.8℃
  • 부산 11.7℃
  • 흐림고창 11.0℃
  • 제주 14.5℃
  • 맑음강화 9.8℃
  • 구름많음보은 7.9℃
  • 구름많음금산 9.1℃
  • 흐림강진군 12.4℃
  • 흐림경주시 10.1℃
  • 흐림거제 12.3℃
기상청 제공

[경기시론]착하게 살자

 

글을 쓴다는 것이 쉽지 않은 일이다. 언론이나 SNS에 넘치는 수많은 글들을 보면 경이롭다. 좀 더 신중하게 집필여부를 결정했어야 하는데, 이제 와서 이런 저런 통밥을 굴리느라 어지럽다.


아무튼 몇 번이라도 조심스럽게, 가능하면 모두를 행복하게 해볼 요량이다.


맹자, 순자의 성선설 성악설을 운운할 실력은 안 된다. 다만 인생 60이 넘으니, 앞만 보고 착하게 사는 게 답이라는 생각을 요사이 더 많이, 엄청나게 하고 산다.


그저 사람들끼리 만나고 부대끼며 살다보면 별일이 다 있다. 이걸 피하고 혼자 살수는 없지 않은가? 자초지종을 떠나서 많이 화도 나고 분노와 불쾌감까지 일지만, 그럴 때마다 어깃장을 놓고 성질을 부리면 인생이 좀 초라해 질 것이다.


작년에 새 자동차를 출고해서 애지중지 모시고 다니며 떨어지는 낙엽에도 신경을 썼는데, 얼마가지 못해 접촉사고를 냈다. 사고경위가 애매모호한 반면, 사고처리는 깨끗하고 만족스러웠다. 가해·피해자 입장을 떠나서 제3자가 “신부님, 힘내세요!” 하면서 차량수리를 모두 거저 해주었다. 그 후 얼마동안은 신바람이 났다.


‘그래, 인생 이런 거구나. 잘 살아야해, 착하게 살아야 해. 베푸는 사람, 기버(Giver)가 되어야 해’라고 생각했다.


며칠 전 또 사고를 냈다. 가만히 보니 문제는 자신이다. 그런데 이번에는 좀 세다. 뒤로 후진하다 정말 스치듯 접촉했는데 상대방 쪽에서는 차가 많이 뒤틀어졌다며, 이것도 갈고 저것도 갈아야한다고 연락을 해 왔다. 사고 현장에서는 상대 차량에 외관상 아무런 흔적이 눈에 띄지 않아 사진조차 찍지 않고 그저 연락처만 교환하고 헤어졌는데 말이다.


더욱이 상대 차량은 외제차이다. 앞으로 상당한 금액의 보험금 할증이 예상되다보니, 나 자신이 잘못한 건 하나도 생각지 않고, 그저 화부터 나고 누구를 상대랄 것 없이 분노가 인다.


어찌보면 같은 접촉사고인데, 상대방이 어떻게 나오느냐에 따라 처리 결과도 다르고 내 마음의 감정도 다르다.


인생 다 그런 거다. 앞으로 피해자가 되면 용서와 배려를 준비해라. 자신을 알아주고 배려해 주면 좋아하고, 좀 뒤틀리고 뒤엉키니까 이런저런 구시렁구시렁이 붙는다. 어쩔 수 없다 하고 살기엔 좀 더 내공이 필요할 것 같다.


성공회 사제로 32년째이다. 사제의 삶의 목표는 모름지기 ‘착하게 살자’일 것이다. 몸에 문신을 새겨 넣고 다닌다는 어떤 집단의 구호 같지만, 다름 아닌 교회, 성직자, 교우들의 목표여야 할 것이다.


우리 앞에 느닷없이 들이닥친 코로나는 우리 삶의 모든 여정을 되묻고 있다. 이미 지나온 코로나 이전, 앞으로 가야할 코로나 이후, 어떤 모습으로 어떻게 살아가야 할까를 나 자신에게 물어 보고 여러분들에게도 묻고싶다.


그리고 모두의 대답이 한결같길 기도해 본다.


“차카게 살자!” “용서와 배려를 준비해라.” 끝.









COVER 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