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기신문 = 황기홍 화백 ]
찬바람이 불기 시작하면 장터의 냄새가 바뀐다. 파와 마늘의 매운 향 사이로 어딘가 따뜻하고 알싸한 기운이 번지기 시작하는데, 그것이 김장철의 도래를 알리는 뿌리, 생강이다. 오늘날에는 차나 조미료로 손쉽게 쓰이지만, 생강은 향을 보태는 재료 이상의 오랜 생활의 감각을 품어왔다. 생강의 원산지는 동남아시아다. 인도와 중국 남부에서 먼저 재배되었고, 그 독특한 향과 약성이 인정되어 일찍부터 교역품으로 널리 이동했다. 우리나라에는 삼국시대 전후에 전해진 것으로 추정된다. 고려 시대에는 ‘생강소(生薑所)’라 불리는 재배 관리 체계가 있었다는 기록이 남아 있다. 이는 생강이 단순한 부엌 조미료가 아니라, 국가가 공적으로 다루던 귀중한 농산물이었다는 의미다. 조선 시대에 들어서면 생강은 더욱 생활 속에 깊숙이 스며든다. 『세종실록지리지』와 『신증동국여지승람』에는 “전주 생강이 으뜸이며, 담양과 창평이 그 다음”이라 적혀 있다. 특히 전북 완주 봉동의 생강은 지금도 명물이다. 배수가 잘되고 흙이 따뜻해 향과 매운맛이 살아 있어, 조선 시대에는 임금에게 올리는 진상품이었다. 땅 속의 뜨거운 기운이 수라상까지 닿았던 셈이다. 생강의 쓰임새는 유난히 넓다. 약방에서는 몸을 덥
[ 경기신문 = 황기홍 화백 ]
[ 경기신문 = 황기홍 화백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