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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뮤직] ‘공주병 디바 캐슬린 배틀’

 

한 온라인 상담코너의 ‘공주병 시어머니’에 대한 며느리의 고민토로가 독자들을 ‘뿜게’했다. 시댁방문 때마다 60대 나이의 시모가 ‘본인의 미모 칭찬’을 너무해서 진실과 아부 사이에서 극한 갈등을 겪고 있다는 사연이다. 착 달라붙는 의상, 온몸의 찰랑대는 액세서리 등으로 튀는 차림은 ‘애써 외면’으로 넘기겠는데 ‘아가~ 사람들이 뒷모습만 보고 처녀래’ ‘나보고 모두 이영애 닮았대’ ‘모두 나를 공주라고 부르는 게 너무 힘들구나’ 식의 자찬에 시댁방문이 스트레스라는 얘기다. 공주병하니 그 시어머니를 무색하게 하는 음악인이 떠오른다.

 

캐슬린 배틀(Kathleen Battle). 미국의 1940년대 시골, 가난한 가정, 흑인부모라는 배경은 딱 밑바닥 인생으로 가버리기 십상의 조건인데, 탁월한 재능은 그녀를 세상 중심으로 데려갔다.

 

음악교사의 도움으로 신시내티 음대를 졸업한 배틀은 세계적인 지휘자 제임스 레바인, 헤르베르트 폰 카라얀의 눈에 들어 메트로폴리탄 오페라단원이 된다. 미국인 최초로 영국판 토니상인 로렌스 올리비에상, 다섯 차례의 그래미상 등을 수상하며 제시 노먼, 바바라 핸드릭스와 함께 3대 흑인 소프라노로 불리웠다.

 

재능과 미모, 성공까지…. 어찌하여 신은 한 인간에게 모든 것을 몰아주었을까. 하는 찬탄과 질시를 날려버리는 사건이 일어났으니 94년, 도니제티의 오페라 리허설 중 해고 당한 일이다.

 

그 일로 명성에 덮여있던 그녀의 공주병 행태가 줄줄이 폭로되었다. 내용이 가관이다. 공연 리허설 때 자신을 ‘쳐다보는 게 싫다’고 지휘자만 빼고 모두 나가도록 요구한 일, 동료 소프라노의 분장실이 더 마음에 든다고 그녀의 소지품을 복도에 내동댕이쳐버린 일, 그리고 연주 여행 중 걸핏하면 호텔을 바꿔달라고 생떼를 부렸는데 그 이유가 호텔 벨보이가 자신을 쳐다봤다거나 식사에 완두콩이 나왔다는 것, 또 호텔벽지가 마음에 안든다는 등이었다나.

 

공연 리허설 때의 지각은 하도 잦아 지각대장 루치아노 파발로티가 왕좌를 물려주었다고 한다. 지각에 관한한 이름 빼면 서운할 마리아 칼라스도 공연만은 준수했는데 공연 세 시간 전에 출연취소 통보를 한 일은 그녀의 악명을 드높였다. 클린턴 취임식 때 초대받았는데 보내준 리무진 길이가 짧다고 승차를 거부했었다는 이야기도 빼놓을 수 없다.

 

10년 전인가. 내한해 LG 아트센터에서 공연했던 배틀은 이 모든 이야기가 낭설이 아님을 보여주었다. 매니저, 협연자와 싸워 혼자 입국하더니 호텔에서는 전등, 가구 등이 마음이 안 든다고 방을 바꿔 달라하고, 뷔페 마감 후 유유히 나타나 직원들이 새로 조리하게 만들었다. 공연 리허설 때는 조명불만 등의 이유로 공연취소협박을 일삼더니 정작 공연에서 갈라진 목소리로 관객들을 실망시켰다. 그것도 반주자 탓으로 돌렸다는 후일담이 전한다.

 

신은 그녀에게 불세출의 재능과 미모, 성공은 주었지만, 그것을 끝까지 누릴 수 있는 인격을 빼버렸다.

 

내가 캐슬린 배틀을 알게 된 것도 그녀의 노래가 아닌 성악계에 회자되는 그 공주병 스토리들이었다. 호기심에 음반을 구해 들었는데…. 아! 노래 한 곡에 그녀의 모든 공주병이 용서되고 말았다. 괴팍한 성질머리에도 일흔 나이까지 세계 무대에서 그녀를 찾는 이유도 알 듯했다.

 

공주병 이미지를 잠시 지우고 ‘이 세상 사람의 것이 아닌 듯한 ’ 그녀의 목소리를 접해보시라.

배틀이 부른 월드뮤직도 많다. 스페인 민요 요람의 노래(Cancion de cuna), 브라질 작곡가 빌라 로보스의 ‘브라질풍의 바흐 5번’과 멜로디아 센티멘탈 (Melodia sentimental)을 추천한다.

 

(인터넷창에서 www.월드뮤직.com을 치면 소개된 음악을 유튜브로 감상할 수 있습니다)